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불린다. 그러나 올해 5월은 나라 안팎으로 그 어느 해보다 소란스럽다. 대선, 남북한 문제, 사드 배치에 따른 후유증, 경제 문제, 청년실업 문제, 고령화 대책, 국론 분열 등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어느 하나 쉽게 풀리는 것이 없어 보인다. 바라건대, 이제부터라도 대통령 탄핵과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의 갈등이 소통과 협치를 통해 봉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갔으면 한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곳곳에서 의미 있고 사랑이 넘치는 모습들을 보게 되지만, 특히 요양병원은 어버이날 즈음에 입원 요양 중인 부모님을 찾아온 가족친지들로 넘쳤다.
예전에는 가족 중의 누군가가 집에서 힘겹게 노인환자의 병고를 돌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처럼 노인복지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 가족들의 간병에 대한 부담감을 들고 사회경제활동에 종사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필자로서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요양병원에 장기입원 중인 중증 노인환자와 가족들의 경우에는 적지 않은 간병비로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현재 요양병원의 간병비는 의료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비급여로 간병비 전액을 환자 개인이나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간병비가 저렴한 병원을 찾게 되고 환자는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요양병원 역시 간병 비급여로 간병인을 직접 채용하여 운용하는 것이 힘들 뿐만 아니라 자격과 경험을 갖춘 간병인력의 부족으로 간병사를 확보하기도 어려워 도급, 파견 등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이미 종사하고 있는 간병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 및 수시교육을 통해 의료서비스 종사자로서의 책무를 교육하고 있으나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조사에 따르면 요양병원 환자들의 병원 재이용 의사결정 요인은 급성기 병원과는 달리 의사나 병원시설보다는 간호·간병 서비스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이는 치료시간에만 만날 수 있는 의사보다는 환자의 곁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간호사 특히 환자의 모든 것을 가족처럼 수발해 주는 간병사의 역할을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요인으로 여긴다는 의미다.
이러한 환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각 병원에서는 환자 대 간병인의 적정 비율을 최소 6 대 1 내지는 8 대 1 정도로 유지하기 위해 간병인 확보에 노력하고 있으나, 경영상의 문제와 우수한 간병인 수급의 어려움으로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병원 역시 환자케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간병인의 확보를 병원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간병비 급여가 시행되는 가까운 일본은 간병비율을 최대 4 대 1로 유지해 쾌적한 병원 환경 속에 요양과 치료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보다 20년 이상 앞서 고령사회를 경험한 노인의료복지 분야의 선진국인 일본과 우리나라는 고령화 진행 과정이 비슷하므로 향후 벤치마킹해야 할 부문이 많다.
관련 부처에서는 간병비 급여화를 위해 수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3대 비급여 중 보장성 강화정책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려 아직은 정책적인 실현 가능성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런데도 급성기병원에는 이미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에 대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지난 3월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주최한 학술세미나에서도 협회와 많은 요양병원 운영자가 노인에 대한 질 좋은 케어와 인권 보호를 위해서 간병비 급여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65세 이상 노인 간병비를 급여화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하니 이른 시간 내에 좋은 소식이 있길 기대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절벽의 첫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소득 분배가 악화되고 노동 생산성이 떨어져 장기불황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백행의 근본인 효를 사회적 규범과 가치의 정수로 삼아온 우리의 문화와 가치관이 소멸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나아가 고령화 사회를 맞아 발생할 수밖에 없는 유병장수, 노인빈곤, 국가재정, 복지예산 증가, 연금 고갈 등 많은 우려와 불확실성이 우리 사회의 그림자로 고착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가정의 달을 맞아 오늘의 우리나라를 이루신 어르신들을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나라·동일 의료재단 나라병원 이사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