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2030등록엑스포를 유치하고자 노력 중이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국제행사로 꼽히는 등록엑스포는 아직 국내에서 개최한 적이 없다. 부산이 등록엑스포를 유치하면 관람객 약 5000만 명, 49조 원의 경제효과, 54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등록엑스포 유치여건 중 하나로 부산의 풍부한 국제행사 개최 경험을 꼽는다. 2002년 아시안게임,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부산국제영화제 등이다. 여기에 더해 부산의 국제행사 개최 역량을 입증하는 행사가 또 있다. 바로 1978년에 열린 제24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다. 우리나라가 유치한 최초의 국제기능올림픽대회가 부산에서 진행된 것이다.

제24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는 1978년 8월 31일부터 9월 14일까지 15일간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열렸다. 14개국에서 선수단 961명이 참가해 31개 정규직종과 4개 시범직종 경기를 펼쳤다. 우리 선수단은 전 직종에 참가해 금메달 22개,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중화학공업 부문을 석권해 산업화시대의 공업기술 강국임을 입증했으며, 산업발전의 눈부신 성과를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우리나라는 1967년 제16회 스페인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후 10년 만인 1977년 제23회 네덜란드 대회에서 첫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1970, 80년대 산업화시대에 총 아홉 번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면서 기능강국의 입지를 다졌다. '한강의 기적'으로 일컫는 고속성장은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으며, 기능경기대회는 국가 경제와 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능경기대회는 출세의 등용문으로 여겨졌고, 우리 사회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입상자 카퍼레이드 등으로 숙련기술인을 대우했다.

대한민국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처음 출전한 지 50년, 첫 우승을 차지한 지 40년이 지났다. 우리 선수단의 대회 성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991년부터 2015년까지 총 열세 번 열린 대회 중 열한 번을 종합우승했다. 최근 대회 5연패 중이며, 올해 제44회 아랍에미리트 대회에서 6연패에 도전한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기능강국 코리아의 위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숙련기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국가와 지자체의 관련 예산도 제자리걸음이다.

얼마 전 치러진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17만2000여 명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공무원시험 합격률은 1.8%에 불과하다고 한다. 수많은 청년이 다년간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만 연간 17조 원이 넘는다. 블루칼라보다는 화이트칼라, 그중에서도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다 보니 산업현장의 중소기업은 청년 기능인력이 부족해 고용난을 겪는다. 청년층은 취업난을, 중소기업은 고용난을 겪는 미스매치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청년층과 중소기업 간의 미스매치를 해소하려면 국가적 노력과 더불어 청년층과 중소기업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청년층은 공무원이나 대기업만 지향할 것이 아니라 산업 환경에 알맞은 기술을 익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지향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임금 등 근무환경을 개선해 청년층이 일하고 싶은 곳으로 변해야 한다. 국가는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불공정한 구조를 혁파하고, 기술 관련 분야의 지원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기능경기대회를 비롯한 숙련기술 진흥 분야에 대한 예산 투자를 확대해, 미래 산업 환경변화에도 기능강국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2017년 부산시 기능경기대회 개회식에서 지역의 산업계·교육계·정부기관은 청년 일자리 지원을 위한 '십시일반 캠페인'을 선언했다. 부산이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능력 중심사회를 선도하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이 등록엑스포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각계각층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역사적으로 등록엑스포는 획기적인 기술을 소개하는 무대였다. 1851년 런던엑스포에서 증기기관을 전시한 것을 시작으로 엘리베이터, 전화기, 세계 최초 상용자동차, 세계 최초 비행기, 텔레비전 등을 등록엑스포에서 소개했다. 기능경기대회의 경기직종은 기술 변화와 산업 수요를 반영해 결정된다. 최근에는 산업용 로봇 직종이 신설돼 올해 부산시 기능경기대회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앞으로 3D 프린팅,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직종도 신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층이 기술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예산을 확충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기능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이어가 주길 바란다.

2030년 등록엑스포가 부산으로 유치돼 우리의 숙련기술인들이 개발한 신기술을 국제사회에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길 기대한다.

선보공업(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