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No show)'라는 말이 지금처럼 우리 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것은 몇 년이 되지 않았다. 예약을 하고도 당일 나타나지 않는 손님들 때문에 업계의 피해가 늘어나자 이를 근절하자는 인식이 확산되고부터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음식점·병원·미용실·공연장·고속버스 등 5대 서비스 업종은 노쇼로 인해 4조5000억 원가량의 매출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일을 막고자 업체들이 마련한 대책이 위약금 강화다. 일방적으로 예약이 취소됐을 때 손해가 다른 업종보다 더 큰 항공사가 적극적으로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해 초 아시아나항공이 국제선 예약 부도 위약금제를 신설한 뒤 하반기에는 대한항공과 저가항공사들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노쇼에 대비한 국내외 항공사들의 자구책은 이전에도 있었다. 노쇼 비율을 고려해 좌석보다 더 많은 예약을 받는 '초과 예약(오버부킹·overbooking)'이다. 문제는 노쇼 승객이 예상보다 적어 탑승객이 넘칠 때 생긴다. 이럴 경우 항공사들은 각 사의 기준에 따라 내려야 할 사람을 뽑은 뒤 현금이나 호텔 숙박권 제공, 타 항공편 주선 등의 보상을 제시한 뒤 양보를 요청한다. 강제로 승객을 내리게 하는 규정은 있으나 실제로 실행되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지난 9일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이 초과 예약 사태를 해결하려 한 동양인 승객을 강제로 끌고 나와 전 세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항공사의 요청을 거부했던 이 승객은 보안요원들에게 두 팔을 잡혀 들려나오면서 좌석 팔걸이에 얼굴을 다쳐 피범벅이 됐다. 서양인이 아니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인종차별 논란이 일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또 백악관이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미국 의회가 진상조사를 결정하는 등 후폭풍도 거세게 불고 있다.

정해진 절차를 따랐을 뿐이라며 버티던 유나이티드항공이 마침내 꼬리를 내렸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는 "어떤 승객도 이렇게 잘못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럼에도 유나이티드항공을 향한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일로 아시아계에 대한 미국인의 차별적인 시선이 다시 불거지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그 후유증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광고를 통해 '친절한 항공 여행'을 강조하던 유나이티드항공은 스스로 '브랜드 대학살'을 저지른 셈이 됐다. 자업자득이니 누구를 탓할까만은 오만방자하면 결국 철퇴를 맞는 게 세상 순리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