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는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나뭇가지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일제히 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떠나기 싫어 머뭇거리는 겨울의 끝자락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이렇듯 화사하고 아름다운 계절인 봄을 느낄 새도 없이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생각하면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몸 곁에 따스한 봄은 와 있지만, 마음속의 봄은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추산치 기준 1.25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220위였고, OECD 35개 회원국 중 꼴찌였다. 전 세계에서 한국보다 합계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홍콩(1.19명), 대만(1.12명), 마카오(0.94명), 싱가포르(0.82명) 등 4개국뿐이다.

통계청의 '2016년 혼인·이혼통계'를 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7.0% 줄어든 28만1600건으로, 1974년 25만9100건 이후 42년 만에 가장 적었다. 연간 전체 혼인 건수가 30만 명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76년 이후 처음이다. 왜 이렇게 혼인 건수가 줄어들고,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꺼리는 것일까?

혼인 건수의 감소 추세는 사회·경제적 현실, 인식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12.3%로 1999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나타낸 가운데, 주거난·취업난 등이 이어지면서 결혼에 대한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다. 2년마다 발표되는 사회조사 결과에서 20대가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0년 59.3%에서 2012년 57.7%, 2014년 51.2%, 2016년 42.0%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꺼리는 주된 이유는 양육 부담 때문이다. 결국 출산율 저하 현상은 애 낳아 키우기 힘든 팍팍한 현실에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워킹맘이 출산휴가에서 육아휴직까지 이용하는 비율이 수년째 60%대에 머물러 있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최근 2년간은 내리막 추세다. 대다수 직장인의 근로시간도 길어 퇴근 후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다는 점이 큰 문제다.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동시에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원인을 찾아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저출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부산시에서는 출산율이 향상되지 않고 있는 원인을 분석해 올해부터 시민들이 몸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출산장려 시책을 발굴하여 추진하고 있다. 우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결혼·출산을 위한 경제적인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동시에 '부산 갈매기 사랑 만남 프로젝트'와 '부산 드림 결혼식'을 제공해 청춘남녀들의 만남 주선 및 작은 결혼식 문화 확산을 유도함으로써 결혼적령기 혼인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출산 축하 용품 지급을 '둘째 자녀부터'에서 '첫째 자녀부터'로 확대하는 동시에 찾아가는 동네방네 나눔 육아사업, 믿고 맡길 수 있는 맞춤형 보육인프라 확충, 다자녀가정 우대 확대, 원스톱 가족사랑 홈페이지 구축 등을 통해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출산율은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다방면의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따라서 출산율 증가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강력한 노력과 더불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에서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은 1990년대부터 일찌감치 국가 차원의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였으며, 2015년부터는 '1억 총활약 플랜'이라는 정책을 내놓고 전담조직(장관급)을 만들어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출산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의 출산율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2100년께 우리나라 인구는 지금의 절반 이하인 20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율 제고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인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 시민들도 자녀에게 형제자매를 만들어 주는 것이 본인이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자 선물이며 미래를 향한 확실한 투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출산에 동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출산율 증가를 위해 시도 더욱 고민하고 노력하겠지만, 중앙정부의 활발한 움직임과 함께 시민들의 인식 개선 및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

부산시 여성가족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