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엠마 스톤은 인스타그램에 'Dreams really do come true'(꿈이 진짜 이뤄졌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녀가 주연한 '라라랜드'는 꿈을 좇는 청춘의 열정과 사랑을 담은 뮤지컬 영화다. 로스앤젤레스를 지칭하는 라라랜드 자체가 꿈꾸는 사람들의 지향점이다.

극 중 연기 열정으로 똘똘 뭉쳐 6년째 오디션을 전전하는 배우 지망생 미아역을 맡은 그녀의 삶이 이와 닮았다. 고교 1학년 때 배우를 꿈꾸며 학교를 그만뒀고, 로스앤젤레스에서 홈스쿨링을 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던 그녀가 이자벨 위페르, 루스 네가, 나탈리 포트먼, 메릴 스트립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오스카의 여주인공이 되었다.

아카데미 사상 최연소 감독상을 거머쥔 데미안 차젤을 빼놓을 수 없다. 1985년 1월생인 그는 하버드대학 출신의 신예다. 그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2006년 각본을 완성했다는 두 번째 장편 영화 '라라랜드'로 아카데미상 6개 부문을 휩쓸었다.

두 사람을 보면서 '라라랜드'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스낵바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미아를 닦달하는 콧대 높은 여배우다. 나중엔 성공한 미아도 그곳을 찾아 아르바이트생에게 한껏 위세를 부린다. 꿈을 이룬 배우와 그 꿈을 좇는 지망생의 현실이 천양지차임을 드러내려 했을까. 데미안 차젤 감독이 점찍었던 '라라랜드' 주연 남녀 배우는 따로 있었다. 그의 첫 장편 영화인 '위플래쉬'에 출연한 마일스 텔러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헤르미온느 역을 맡은 엠마 왓슨이다. 이들은 '라라랜드'의 성공에 박수를 쳐줄까, 그 반대일까.

남녀 주인공인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의 열정적인 연기에 더해 착착 감기는 음악은 '라라랜드'의 흥행 요인이다. 이에 더해 감각적인 색감을 드는 사람도 있다. 특히 미아의 의상은 압권이다. 그 가운데 도시인의 고독에 천착한 에드워드 호퍼류의 이미지가 한몫을 차지한다. 꿈이 화려함이라면 현실은 고독감과 상실감 그 자체다. 이를 잘 표현한 화가가 호퍼다.

"아직도 성장하며 배워가는 중이다. 이 트로피는 중요한 상징이다. 그 여정을 계속하겠다"는 엠마 스톤의 말이 '꿈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뜻으로 읽히는 이유다. '오스카 최악의 실패'로 꼽힐 '봉투 배달 사고' 탓에 한순간이긴 하지만 '문라이트'로 돌아간 작품상의 감격까지 누렸으니 하는 말이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