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제82회 아카데미 영화상은 세계 흥행사를 새로 쓴 '아바타'와 이라크 주둔 미군 폭탄제거반을 소재로 한 '허트 로커' 양강 구도였다. 나란히 9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블록버스터 '아바타'에 비해 '허트 로커'는 제작비가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데다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글로 감독은 한때 부부였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결과는 작품·감독·각본상 등 6관왕을 차지한 '허트 로커'의 완승이었다. 비글로는 아카데미 첫 여성 감독상의 주인공이 됐다. '타이타닉'을 제치고 세계 흥행 1위에 오른 '아바타'가 미술·촬영상·시각효과상 등 3개 부문 수상 그치자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촌평이 나왔다. 이때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작품이 '더 코브'이다.

2009년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탄 이 영화는 일본 와카야마 현 다이지 지방의 충격적인 돌고래 포획 및 학살을 다뤘다. 우리나라에선 그해 10월 '더 코브-슬픈 돌고래의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관객을 찾았다. 매년 2만3000마리가량의 돌고래가 무분별한 포획 활동으로 죽어가는 장면을 고발했다. 핏빛으로 변한 다이지 연안은 충격 그 자체다.

그 다이지에서 돌고래 두 마리가 또 들어왔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이 지난달 재개장하며 돌고래 수입을 강행한 것이다. 앞서 체험관은 다이지에서 2009년 4마리, 2012년 2마리의 돌고래를 수입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고래학살로 악명이 높은 다이지에서 돌고래를 수입한 것은 반생태적이며, 수족관 사육은 고래 쇼를 중단하고 수족관을 없애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고 비판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다. 동물보호단체가 울산 남구와 돌고래 수입을 허가한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 '생태학살자'라는 꼬리표를 달아준 이유다.

146년 전통의 미국 '링링서커스단'이 오는 5월 고별 공연을 끝으로 사라진다. 미국 샌디에이고, 샌안토니오, 올랜도의 시월드 범고래 쇼도 2019년까지 막을 내린다. 동물이 더는 인간의 재미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는 신호다. 돌고래는 인간보다 큰 두뇌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보다 훨씬 넓은 영역의 소리로 다른 개체와 의사소통을 한다.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하다 지난 2013년 7월 야생으로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신호를 우리가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인간들아, 같이 살자'.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