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한 보수 인터넷TV 인터뷰를 통해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탄핵심판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헌재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전원사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다음 날 곧바로 최순실 씨 변호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이 강압수사와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최 씨가 특검에 소환되면서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고 외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과 이틀 새 박 대통령과 최 씨 측이 조직적 반격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의 인터넷TV 인터뷰는 이런 조직적 반격의 결정판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누군가의 기획" "거짓말로 쌓아올린 거대한 산"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이나 세월호 7시간, 블랙리스트 등 그간 제기된 핵심 의혹은 피해가며 청와대 굿이나 약물중독 등 본질과 동떨어진 사안의 해명에 집중했다. 입에 맞는 인터넷 매체를 택해 제 할 말만 하는 대통령의 달라지지 않은 행태를 지켜본 국민은 또 한 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최 씨 또한 강경한 태도로 돌변했다. 느닷없이 특검이 자신에게 폭언을 하고 변호인 없이 조사하는 등 강압수사를 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특검은 이 같은 최 씨 측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그런데도 최 씨 측이 근거없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비선 의혹 등 수사 본류에 물타기를 하며 특검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또한 이를 핑계로 특검의 조사를 최대한 늦추며 시간을 끌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과 최 씨 측이 마치 짜기나 한듯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누가 봐도 설 명절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장외 여론전을 펼치려는 노림수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그만큼 헌재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느낀다는 이야기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박 대통령과 최 씨는 황당한 논리와 주장으로 몽니만 부려서는 안 된다. 떳떳하게 헌재와 특검에 나가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