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실력이야'라는 글로 국민 가슴을 멍들게 했던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불법체류 혐의로 검거된 덴마크는 유엔이 발표하는 세계행복지수 1위,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 청정국 1위 나라다.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로 통한다. 최근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 '휘게(Hygge)'로 관심을 끌고 있다.

덴마크인의 행복 비결을 소개한 '휘게 라이프'의 저자 마이크 비킹은 휘게를 '촛불 곁에서 마시는 핫초콜릿 한 잔'으로 설명했다. 그만큼 휘게와 촛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덴마크인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양초를 사용한다. 덴마크 사람 1인당 연간 6㎏가량의 양초를 태운다. 분위기를 깨는 사람을 뜻하는 덴마크어 뤼세슬루케르(lyseslukker)는 촛불을 끄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런 덴마크도 많게는 소득의 절반에 이르는 세금, 예상외로 높은 범죄율과 정신질환 발병률, 빈부 격차 등으로 고민하고 있다. 한때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대마초 경험률이 가장 높았다는 통계는 이런 어두운 면의 흔적일까.

덴마크 정부는 지난해 11월 의료 목적의 대마초 사용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4년 동안 이어질 이 프로그램은 '불법 약물을 자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환자' 등 500명 이상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바로 그 무렵이다. 공교롭게도 캘리포니아 주에선 대통령 선거와 함께 마리화나(대마초) 합법화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이날 투표 결과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는 올해부터 마리화나를 의료 목적은 물론 기호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캘리포니아 주 관문인 로스앤젤레스를 상징하는 'HOLLYWOOD(할리우드)' 글자판이 새해 첫날 'HOLLYWeeD'로 바뀐 연유다. weed는 마리화나의 속칭. 할리우드가 할리마리화나가 된 셈. 누군가 기호용 마리화나 허용을 환영하는 뜻에서 글자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1923년 '할리우드 랜드'라는 부동산 회사가 광고를 위해 세운 이 글자판은 'HOLLYWOOD'만 남아 영화·TV산업의 중심지임을 자랑하고 있으니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됐다.

대마구토증 환자 소식도 미국에서 날아왔다. 대마초 흡연이 늘면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 덴마크식 휘게는 대마초처럼 마약에 의존해 누릴 수 있는 게 아님이 분명하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