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스피어(Ecosphere)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작은 유리공 형태의 수족관이다. 유리공 내에 모래, 바닷물, 해초류와 새우 몇 마리를 넣고 완전히 밀봉하여 외부에서 먹이 공급 없이 오직 햇볕만 있으면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것을 과학적으로 풀어보면 광합성을 하는 1차 생산자(식물/해초류), 생산된 유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새우), 그리고 모래 속의 분해자(미생물)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평형을 유지하는 지구 생태계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새우 마릿수가 증가하면 어떻게 될까? 먹이 경쟁으로 광합성을 하는 생물의 수가 줄어들고, 배설물이 증가하면서 영양염류 등 각종 분해 산물들이 축적되어 결국 물은 썩게 될 것이다.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음을 말해주는 좋은 예인데 이것이 적정 수용력(환경용량)이다.

적정 수용력은 1930년대 목초지에서 일정한 생산력을 유지하면서 목축할 수 있는 최대 가축 사육 수를 구하기 위한 개념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인간이 자연의 특성을 파괴하지 않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연에 개입해도 좋은가'라는 방향성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의미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적용 범위도 임업, 수산업, 관광, 환경 분야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해양수산 분야에서 수용력의 주 관심 대상은 연안수역이다. 연안은 바다와 육지가 만나 독특한 환경을 이루고 있고, 다양한 사회경제 활동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현재 해안선으로부터 100㎞ 이내에 전 세계 인구의 60%가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50년 동안 경제성장의 중심지로 이용됐다.

특히 우리나라 연안수역은 1960년대부터 산업단지 조성, 항만, 관광시설 등 개발 사업으로 부영양화가 시작되었고, 196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기간 동안 각종 수산양식산업이 집중적으로 개발되었다. FAO 보고(2009)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해안선 길이당 연간 평균 생산량이 500㎏/㎞ 이상으로 중국과 더불어 연안 양식 이용률이 매우 높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은 한국은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고 풍부한 연안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잘 보호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연안해역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다양한 연구와 정책을 추진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마산만이나 부산연안에 시행하는 연안역 오염총량관리제도이다. 목표로 하는 수질을 달성하기 위해 수용할 수 있는 총 오염부하량을 산정하고, 오염 발생원으로부터 부하량을 할당하여 해역으로 배출하는 제도이다.

연안 양식어장도 적정 수용력 산정을 추진 중이다. 일부 수하식 패류 양식장은 해역의 수용력을 상당 부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연안어장의 지속적 이용 측면에서 양식 시설량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어업인 개개인은 줄여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고 있어 제도로만 강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연안에 대한 문제는 일본에도 있다. 최근 일본 세토 내해에서 시작된 어촌(사토우미) 운동이 전 세계 연안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토 내해는 1970년대 매년 300회 이상의 적조가 발생했고, 수영이 금지된 바다였다. 이에 일본 정부는 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오염총량관리제도를 도입했다. 어업인들은 자발적으로 바다를 천연 수조라 생각하고 굴의 정화능력을 이용하여 과도하게 탁해진 물을 여과시키고, 물고기들의 산란장이요 성육장인 잘피 숲 조성을 추진하였다. 어촌 지킴이들의 지속적이고 소중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바다를 다시 건강하게 회복시켜 나가고 있다.

이제 우리 연안에도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숲, 수자원 등 공유자원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 있어 국가나 시장보다 시민사회가 일정 부분 더 효과적이라는 보고도 많다. 일본 세토 내해에서 어업인들이 중심이 된 어촌운동이 좋은 사례라 생각된다.

우리나라 연안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저해하는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주도적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연안을 공유하고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적정 수용력 범위 내에서 연안을 이용하려는 노력과 함께 민간 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