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특별'에 익숙하다. 특별메뉴부터 특별병실·특별진료·특별면회까지. '특별'이 붙어야 뭔가 대접받는다는 사회분위기도 강하다.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사의 '특별 할인행사'나 정부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꼼수'인 경우가 많다. 특별하게 싸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도 '특수'를 사랑한다. 특별수사부가 대표적이다. 때로는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비견할 만한 특별수사팀(성완종 리스트 수사팀이나 우병우·이석수 수사팀)도 등장한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특별수사본부의 규모가 가장 크다. 검찰 조직의 명운을 건 특별수사본부는 최정예 검사 23명을 포함해 100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수사 조직이다.

특별수사본부는 초반에는 질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국정 농단의 주역 최순실(60·구속기소) 씨를 중심으로 한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터지는데도 수사 의지가 약하다는 평을 받았다. 대통령이 1차 대국민 담화(지난 10월 25일)를 발표한 나흘 후인 29일 청와대와 '협의'를 거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같은 달 30일 최 씨가 입국했을 때는 31시간 동안 체포하지 않았다. 우병우 특별수사팀은 지난달 6일 우 전 수석을 '황제소환'해 논란에 국민의 엄청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눈치를 보던 검찰은 200만 촛불이 모이자 태도를 바꿨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대국민 2차 담화(지난달 4일)를 발표하자 '대통령 강제수사'를 운운하면서 본격 수사에 나섰다. 당시 박 대통령도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현 정부 최고 실세로 꼽히던 우 전 수석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도 지난달 10일이었다. 대통령의 힘이 '썩은 동아줄'로 전락하는 것을 목도하고서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칠치는 상황에 봉착하고서야 비로소 칼을 뽑은 것이다.

이러한 검찰 조직도 이제 '특별' 앞에 놓였다. 검찰이 그토록 수치스러워하는 '특별검사'가 곧 활동을 시작한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이 그동안 수사를 잘했는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미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검은 ▷세월호 7시간 ▷미르·K스포츠 재단 대기업 출연 과정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 수사 기록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특검의 수사결과는 박 정권의 뿌리를 통째로 흔들 시한폭탄이다. 경우에 따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 개혁과 경찰 수사권 독립 논의까지 확산할 수도 있다. 특검이 자신들의 고향인 검찰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사회1부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