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1300조 원을 넘었다. 1년 새 130조 원 이상 폭증했다. 무엇보다 규모와 증가 속도 면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니 걱정이 앞선다. 가계부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 셈이다. 부동산 경기를 살려 경기를 떠받치려는 정부 정책이 무색해졌다. 경제 전반을 관리 감독할 사령탑 교체는 하세월이고 다음 달 미국 금리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등 안팎으로 악재만 덧쌓이고 있다. 정부가 8·25 가계부채 대책의 보완책을 내놨으나 '언 발에 오줌 누기'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 나오는 이유다.

9월 말 현재 1295조8000억 원으로 집계된 가계부채는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10월 중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분 7조5000억 원을 더하면 10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300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3분기 말 가계대출은 전년동기 대비 130조9000억 원이나 늘었다. 사상 최고 수준인 11.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은행 돈줄을 죄니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 가계부채 보완책의 골자는 집단대출과 상호금융의 주택담보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 등이다. 이 정부 들어 벌써 여섯 번째 부동산 대책이지만 이마저도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학계나 전문가들이 주장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담보인정비율(LTV) 환원 등 직접적인 규제 대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2014년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이뤄진 DTI와 LTV 규제 완화는 가계부채 증가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가계부채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므로 가계부채 문제는 곧 부동산 문제로 귀결된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며 불을 지피면서 국민이 빚을 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던 결과다. 그나마 저금리 덕분에 부채를 감당하던 가계도 금리가 오르면 한계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는 한은 기준금리에 미치고 이는 가계부채 부실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를 함께 풀 묘안을 찾아야 한다.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