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상존한다. 긍정적인 현상은 발전시켜 나가고, 부정적인 현상은 원인을 잘 파악하여 고쳐나가야 한다. 부정적인 측면을 짚어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해소하고, 기회로 삼는 길을 찾아보려고 한다. 수년 전 미국 뉴욕대 레너드 스턴 경영대학원 재무학 교수 어스워스 다모다란의 책을 교재로 강의한 적이 있었다. 영어로 써진 이 책에는 '위기(危機)란 위험(危險)과 기회(機會)가 합쳐진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굳이 한자까지 그려(?) 넣어 놓았다.

최근의 우리 사회는 위기의 백화점이라 할 정도로 불안하다. 고령화와 저출산, 청년실업, 양극화의 심화도 걱정이다. 조선업 및 해운업도 불확실하다. 국민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야 할 정치권은 오리무중이다. 이와 같은 많은 복합적인 문제가 우리에게 위기로 다가온다. 충격이 와도 점점 무감각해지고, 망각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북한 정권의 불확실성은 도를 더해가고, 20대 국회는 초반부터 난장판이고, 대선 정국은 안갯속이다. 흉악범죄에서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에 이르기까지 사회문제도 심각하다. 안전지대라고 불려 준비가 소홀했던 지진도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되어버렸다. 일부 기업의 비리는 줄줄이 터져 나오며, 국적 해운사들의 부실은 부산신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입과 국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1, 2위 기업도 불안하다. 가계부채는 늘어만 간다. 이렇게 위기가 오면 사회가 위험해진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위기(危機)란 말에는 '위기가 오면 위험(危險)해지지만, 또한 위기를 잘 극복하면 기회(機會)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IMF 위기는 우리나라를 위험하게 했지만, 이를 극복함으로써 발전의 기회가 되었다.

이순신 장군은 위기를 위험으로 인식하고, 다시 기회로 만들어 나라를 구했다. 조선 말의 몇몇 인사는 위기를 기회는커녕 위험으로도 인식하지 못하여 나라를 망하게 하였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가들은 이순신 같은가? 조선 말의 몇몇 인사 같은가?

진나라의 위강은 '거안사위(居安思危)하고 사즉유비(思則有備)하면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고 말했다. 즉 항상 위기를 생각하고, 준비하면 환란을 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손자병법 군쟁편에는 '이환위리(以患爲利)'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어려움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다는 뜻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거안사위하고 이환위리하는 자세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향후 우리 사회에 예상되는 위기를 생각하고 준비하여야 한다. 우리에게 이미 닥친 위기는 발전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령화는 쓰나미처럼 빨리 진행 중이다. 노인복지와 연금, 노인 일자리 등의 문제에 대비하여야 한다. 저출산 문제도 취업과 결혼, 교육비 등 근본적인 접근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동시에 현재의 저출산으로 향후 발생될 노동력 감소와 연금문제 등도 대책을 세워두어야 한다.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노동시장의 적극적 개척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한다. 사회를 분열시키는 경제 및 세대 간 양극화의 해결에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북핵과 사드 배치 문제도 해당 지역과 국가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해결해야 한다. 국가 주요 정책의 시행에 매번 갈등을 겪으며 국력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특히 전 세계에 퍼져가는 국수주의 경향에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지진과 태풍에는 장단기적인 계획을 세워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대재앙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재난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자연재해에 대한 불감증을 떨구어내야 한다. 조선업 및 해운업의 불황은 정부정책 및 경영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업은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경영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불법은 철저히 감시·감독하고 일벌백계하여야 한다. 흉악하고 반인륜적인 범죄도 원인을 잘 파악하여 예방함으로써 획기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위기로 인한 위험을 기회로 삼으려면, 무엇보다도 사회구성원들의 소통이 중요하다. 상호 간의 무관심을 경계하고, 집단이기주의도 떨쳐내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나라를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가 무시하고 준비하지 않을 때 조용히 찾아와서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위기다. 그러나 닥친 위기도 지혜롭게 잘 해결하면 새로운 기회가 된다.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