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친박 세력이 하루 이틀 사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고 있다. 퇴진 여론이 하늘을 찌르는데 서로 손발을 맞춘 듯 수세를 벗어나려 일제히 역공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 안팎에서 누군가 반전을 기획하고 액션플랜을 가동한 게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강하게 든다.

박 대통령은 2차 대국민 담화 때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라고 했으나 막상 조사에 들어가려 하자 딴소리를 하고 있다. '진박' 유영하 변호사를 앞세워 "준비 시간이 촉박하다" "서면조사가 바람직하다" 등 따위의 말로 시간끌기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임기 단축 및 퇴진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연일 확고히 하고 있다. 100만 촛불 민심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겠다기에 일말의 진정성을 기대했던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정면도전에 다름 아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대통령 지지율 5%와 관련해 "앞으로 노력에 따라 회복될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목숨 내놓고라도 지킬 것"이라는 청와대의 민심 역주행은 시간은 우리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게 아닌가 한다. 버티기로 장기전에 들어가면 손해 볼 게 없다는 것이다. 정국이 탄핵 쪽으로 흐르면 시간을 두고 활로를 모색할 수 있고 또 헌재 결과도 예측불가라는 생각도 했을 법하다. 그들 입장에선 민심 격화로 야기될 수 있는 물리적 충돌과 사회혼란도 불리할 게 없다. 야권과 날 선 대립각을 세우면 돌아선 보수층이 재결집할 거라는 계산도 한 듯 보인다.

나라가 결딴 나든 말든 갈 데까지 가보자는 태도는 오만방자하다. 헌법 수호 운운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는 초헌법적 국기문란이며 박 대통령은 동조·묵인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도 "대통령이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건 사실"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판에 박 대통령이 자신의 일은 제쳐두고 어제 갑자기 부산 엘시티 사건을 거론하며 "철저히 수사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고 지시한 것은 어이없다. 행여 이 사건으로 또 물타기를 하려는 것인가. 이러니 검찰 조사는 부실이 뻔하다.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특검과 국정조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