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대 미국 대통령에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억만장자 부동산 재벌이자 정치권의 이단아인 트럼프가 미국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은 의외이면서 충격이다. 더구나 트럼프가 선거과정에서 내놓은 공약들을 살펴보면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미관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당장 코스피와 코스닥은 물론 아시아 주요국의 증시가 폭락한 것은 트럼프 시대를 바라보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는 반이민 백인 중심주의, 고립주의, 보호무역 등을 거칠게 몰아갈 것으로 생각된다.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는 미국의 영향력 감소와 백인 중산층의 붕괴가 마치 한국과 독일 일본 중국 등 외국의 탓이라는 듯 희생양으로 삼았다. 트럼프 시대가 본격화되면 경제 외교·안보 등 다방면에서 지금과는 전면적으로 다른 조건과 상황이 전개되리라는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다.

트럼프의 무역정책은 파괴적 보호무역으로 요약된다.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한미 FTA를 "많은 미국인 노동자에게 피해를 준 '깨진 약속'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정도로 거부감을 보였다. 안보관계 역시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이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주한미국 주둔 비용을 올려야 한다는 말을 거듭했다. 여기에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의 자체 핵개발을 허용하겠다"는 말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정부는 트럼프 시대의 한미관계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대비가 필요하다. 클린턴이 당선될 것이라는 낙관론 때문에 트럼프 인맥에 대한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리더십 붕괴로 외교무대에 나설 계제도 아니다. 내각과 의회라도 중심을 잡고 대미관계를 새롭게 점검해야 할 때다. 한미관계의 방향을 트럼프 정부 인수위 과정에서 제대로 잡지 못할 경우 향후 외교 경제 국방 등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