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깊은 성찰과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고난의 연속이었다. 특히 근대사에 이르러 세계의 흐름을 예지하지 못하고 서구의 선진 물질문명을 늦게 받아들인 대가로 일본으로부터 국권을 침탈당하여 모진 수난을 겪어야 했으며, 아직도 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해방이 되었으나, 그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전 국토가 피폐화되어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외국으로부터 원조를 가장 많이 받는 최빈국가로 전락했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에 우리 국민은 아픈 역사를 교훈삼아 국가와 모든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어떤 고난과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다시는 자손들에게 고난과 빈곤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와 희생정신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로 대학 진학률 세계 1위라는 경이로운 성과를 이루어 인재들을 확보하게 되었으며, 타고난 근면과 성실성으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 압축 성장을 하는 데는 역기능도 많았다. 빈약한 국가재정으로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극소수의 기업만을 선정하여 선택과 집중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선택받은 기업들은 오늘날 이처럼 발전하게 된 것이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희생, 근로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일부 기업은 이러한 사실들을 망각하고 마치 자기들 스스로 발전을 이룬 것처럼 기업의 윤리를 어기고 부도덕한 경영과 갑질을 하는 등 부도덕한 행동들로 인해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오늘날의 기업들은 자국 기업을 넘어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함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연구하고 개선됐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일천한 실정이다. 많은 학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법과 윤리를 준수하고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업의 윤리가 우선되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첫째, 경제적인 책임으로 이윤과 고용 창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사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 이윤을 고용창출과 근로자의 복지에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 둘째, 법적인 책임으로 성실한 납세, 소비자의 권익보호 등이다. 셋째, 윤리적인 책임으로 환경, 안전, 공정성 등이다. 넷째, 자선적 책임으로 자선, 사회공헌 등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정부, 기업, 근로자, 국민, 모두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고, 노조는 일자리를 나누어 가지고, 정부는 일자리를 지켜주고, 국민은 이들을 잘 감시하고 심판하여야 한다. 즉 기업은 자신의 성공이 정부의 지원과 국민들의 희생과 근로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명심하고, 부도덕한 경영과 사리사욕에 치우쳐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기업과 근로자의 건전한 노사관계 정립, 대기업과 하청기업 간의 공정성, 기업의 사회에 대한 공헌 등 윤리적 경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노조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 국민과 근로자를 대변하여 정의와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던 정의로움을 망각하고,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착하여 과도한 파업으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것은 사실이다. 또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기업과 정부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염치없는 행동으로는 이제는 불신과 질타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정략과 표만을 의식하는 포퓰리즘에 빠져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되며, 오직 국가와 국민의 편에 서서 중심을 잡고 공정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국민은 윤리성이나 정당성이 결여된 기업, 노조, 정부, 누구를 막론하고 철저한 감시와 준엄한 심판으로 정의를 바로 세워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

오늘날 이처럼 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지원과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근로자들의 땀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매출이 증가하여 기업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여론이 나빠져 매출감소와 불매운동 등 기업의 경영악화로 이어진다. 이처럼 기업과 사회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따라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로 사회 공동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이윤을 사회와 공유해야 한다는 사명과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야말로 국가의 미래와 기업발전의 원동력이며 추구해야 할 훌륭한 가치다. 기업이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받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부산항만산업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