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15년 만에 콜레라(cholera) 환자가 발생하여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100년 가까이 콜레라의 안전지대였던 페루에서는 1991년 1월 콜레라가 갑자기 출현하여 남아프리카에서 중앙아프리카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는 항구에서 외항선 화물취급인이 배의 바닥에 괴어 있던 더러운 물을 화물과 함께 하역한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 도시의 물은 염소로 소독되지 않은 채 공급되었으며, 거리 상점들은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지저분한 해산물과 오염된 얼음이 든 음료를 판매하여 콜레라는 더욱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때 콜레라가 발생한 지 2년도 안 되어 70만 명 이상의 환자와 63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콜레라의 원인 병원체는 Vibrio cholerae(비브리오 콜레라)로, 'Vibrio'란 짧고 굽은 막대기 또는 콤마(comma) 모양의 세균을 말한다. 비브리오균(Vibrios)은 산소 유무와 관계없이 생장할 수 있으며, 물이 있는 환경에서 잘 서식한다. 그중 바닷물에서 많이 발견되는 V. cholerae는 강알칼리와 고농도 소금의 환경에서 내성을 가진다.

대부분 사람에게 병원성을 나타내지 않는 다양한 V. cholerae 변종은 동물성 플랑크톤과 함께 주로 연안의 바다에서 서식한다. 이러한 동물성 플랑크톤은 전염성 콜레라의 원인이 되는 V. cholerae 변종의 서식처가 되기도 한다. 동물성 플랑크톤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기 때문에 따뜻한 바다와 풍부한 영양소로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생장하면 그 수가 현저히 증가한다. 이때 V. cholerae의 유전자가 변화하면 전염성 변종이 출현할 수 있고, 기후 변화나 연안 지역의 해류 흐름에 의해서 유행성 콜레라가 빠르게 전파될 수도 있다.

V. cholerae의 감염은 주로 분변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먹었을 때 발생한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의 분변을 비료로 준 채소나 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를 섭취하여 감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경우 질병의 기원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V. cholerae는 산성인 환경에서는 살 수 없다. 하지만 강산의 환경인 위를 통과하여 살아남을 정도로 많은 수가 섭취되면 콜레라가 발생한다. 콜레라의 잠복기는 2, 3일(6시간~길게는 5일)로 짧고, 콜레라 증상이 있는 사람은 분변을 통해 100만 개 또는 그 이상의 V. cholerae를 배출한다.

V. cholerae가 구강으로 들어오면 사람 소장의 상피세포에 부착한다. 이때 V. cholerae 증식으로 인한 상피세포의 손상은 잘 확인되지 않지만, V. cholerae는 콜레라 증상의 원인이 되는 강력한 외독소를 분비하여 물과 전해질의 분비조절을 방해한다. 비록 대장은 콜레라 독소에 의한 피해가 없으나 빨리 통과하는 많은 양의 체액을 흡수할 수 없게 되어 결과적으로 설사가 일어난다. 그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적으로 장 상피세포가 탈락되고, 독소는 제거되며, V. cholerae는 변을 통해 배출된다.

V. cholerae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전형적인 증상은 심한 물 설사이다. 설사로 빠져나가는 체액의 양은 하루에 20ℓ 정도로 '쌀뜨물 설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콜레라가 시작된 대부분 환자에서는 구토 증세가 나타나며, 대다수 사람은 체액과 전해질의 손실로 인한 근육경련으로 고생한다.

콜레라 환자의 치료는 중요한 장기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나타나기 전에 얼마나 빨리 전해질과 물을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 혈관 또는 구강으로 수액을 신속하게 투여하면 콜레라에 의한 사망률을 1% 미만으로 감소시킨다. 만일 체액을 공급하지 않으면 순환계의 체액이 부족하게 되고 쇼크와 사망이 발생할 수 있다.

우선 콜레라의 예방을 위해서는 오염된 물과 음식의 섭취를 피해야 한다. 수많은 다른 세균의 외독소와 마찬가지로 콜레라 독소는 열에 불안정하므로 물과 음식은 끓이거나 익혀서 먹고, 음식물 조리 시에는 위생적인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콜레라 발생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은 반드시 조리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음식물을 조리하거나 섭취하기 전, 배변 후나 외출 후에는 30초 이상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게는 10분 이상 조리해야 하며, 직접 껍질을 벗겨서 먹지 않는 과일은 섭취하면 안 된다. 또한 끓인 물로 만든 얼음이 아니라면 먹지 말아야 한다. 콜레라는 전염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대규모의 집단 발생이 쉽게 일어날 수 있어 적절한 위생 상태와 깨끗한 물 공급, 안전대책 마련 등 감염예방을 위한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인제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