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발 물류대란으로 인한 기업 피해가 1000건이 넘었다고 한다. 대한무역투자공사, 선주협회, 무역협회, 중소기업청의 자료를 집계한 결과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접수된 피해 건수가 1089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운송 지연으로 인한 추가 부담액만 3000억 원이 넘어섰고 갈수록 피해액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97척 중 70척은 이미 하역을 마쳤으며 13척은 이달 내 화물운송이 완료된다. 나머지 14척만 처리하면 1차 화물 정리는 끝이 난다.

문제는 화물처리가 완료된 그 다음이다. 현재까지 확보된 자금은 대한항공 600억, 조양호·최은영 회장 사재 500억에다 산업은행 500억 등 1600억 원 정도다. 여기에다 한진해운의 보유 자금을 합하면 물류대란은 해소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대주주가 충당해야 하며 정부의 지원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전에도 채권단에 처리를 일임하고 수수방관하던 정부가 사후 수습조차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한진해운이란 회사 자체가 아니라 해운업의 회생에 있다. 이달 말에 정부의 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발표된다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으로 보면 기대가 어렵다. 1위 선사 머스크는 덴마크 정부의 지원으로 두 차례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중국도 정부가 10조 원을 지원해 대형선사의 통폐합을 이뤄냈다. 우리 정부는 해운업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친 데다 법정관리 이후 뒤처리조차 지지부진하다. 이러다간 아예 해운업이 망가질까 걱정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세계 5위 해운업의 위상을 지키는 것이다. 한진해운의 물류 시스템이 무너지고 나면 복원은 불가능하다. 우선은 시급한 게 경영 정상화다. 한진그룹은 기업을 회생시킬 여력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조속히 대주주 감자 이후 대규모 증자를 실시해야 그나마 해운업을 살릴 수 있다. 외국처럼 수십조 원은 아니더라도 대거 자금을 투입한 뒤 매각 절차를 밟는 게 순리다. 행여나 파산 처리로 공중분해시키면 그것은 곧 해운업을 망가뜨리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