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제5차 핵실험으로 한반도가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지난 1월 6일 북한이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한 제4차 핵실험에 이어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와 거듭된 우려에도 지속적인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강행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정권은 핵무기 보유를 체제 유지의 최후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2013년 3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병진 노선'을 채택하고, 같은 해 4월 최고인민회의 법령인 '자위적 핵 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를 통해 핵독트린을 천명했다. 영구적 핵 보유 및 '선제 핵 타격' 등 공격적인 핵정책을 노골화한 것이다. 올해 1월 제4차 핵실험 이후 '선제 핵 타격'을 반복적으로 주장하며 공격적인 핵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또 지난 제7차 당대회를 통해 핵무기에 기초한 통치 전략을 제시했는데,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만 핵 관련 용어가 총 29회나 등장했다. 한마디로 '핵무력'을 수령의 위대성, 당의 혁명 전통, 전략적 노선 등과 연결시켜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핵으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북중 접경지역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두만강 건너 제일 먼저 마주한 것은 해방 이후 최악의 홍수 피해를 입었다는 북한의 황폐한 모습이었다.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구를 마주한 도문에서 이번 수해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수해로 인한 이재민의 수가 파악조차 안 될 만큼 북한의 피해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필자는 한 달 전에도 이곳을 방문했었기에 마침 수해 전후의 상황을 비교할 수 있었다. 강변에 줄지어 서 있던 감시 초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풀숲으로 뒤덮여 있던 땅에는 시뻘건 황토물이 여전히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강 건너에서는 하얀 먼지를 날리며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어 보였지만 실상은 무너진 콘크리트 벽돌 한 장을 걷어낼 중장비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복구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군인들이 손에 삽 한 자루 겨우 들고 흙을 걷어내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였다. 주민들은 수해로 아우성치는데 김정은 정권은 핵실험으로 온 세상을 아우성치게 만들고 있다. 수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을 자화자찬하는가 하면, 군부대 시찰 관련 기사 등이 노동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자국의 국민들의 아우성도 외면하니 한반도를 핵의 인질로 잡고 위협하는 것은 어쩌면 그에게 그리 큰 일은 아닌 듯싶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운 것은 바로 우리의 대응이다. 북한의 핵 보유로 한반도의 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데, 북한 핵 포기를 위한 우리의 실질적인 조치가 많지 않다는 점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북한은 핵무기로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따른 방어 수단을 마련할 마음조차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은 우리의 안보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조국이 없는데 어찌 개인이 존재하는가'라는 북한의 선전 구호가 이럴 때는 우리에게도 적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우리의 안보불감증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사드배치를 두고 국론이 분열되어 있을 때 북한은 보란 듯이 핵실험을 자행했다.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안보불감증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안보는 너와 나가 아닌 바로 우리의 문제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한목소리로 강력히 규탄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공조를 통해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욱 강화하면서, 북한 주민들 스스로 자신들의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외부정보 유입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바꾸는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북한 정권의 핵 놀음에 더는 우리의 안보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3대 세습의 독재체제에서 신음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촛불을 밝히면 어떨까? 핵실험을 규탄하며 북한주민의 인권을 위한 평화의 촛불이 전국 광장에 가득 밝혀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핵무기를 이기는 것은 우리의 하나된 마음이다.

동아대 교수·부산하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