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적자 보전과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 유례가 드문 조선·해운업계의 침체로 부산지역 경기가 최악의 상태로 가라앉고 있는 마당에 나온 것이어서 그렇다. 인상 대상에 이례적으로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택시, 경전철 등 4개 대중교통 수단이 한꺼번에 포함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아직 검토단계라지만 요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서민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터다.

부산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 주장이 아주 허황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부산지역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42.2% 수준이나 부산시는 연 3200억 원을 대중교통 적자를 메우는 데 쓰고 있다. 시내버스(2010년 11월)나 택시(2013년 1월), 도시철도(2013년 11월), 부산김해경전철(2011년 9월)의 요금 조정시기도 오래됐다. 또 인건비 상승 등으로 경영난을 호소하는 업계의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다는 부산시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부산시는 이런저런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이 요금 인상을 논의할 적절한 때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사정이 이렇다고 해서 부산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 검토를 마냥 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중교통 요금은 서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는 시내버스의 경우 인상폭을 최대 200원으로 생각하고 있다지만 대중교통밖에 교통수단이 없는 처지의 사람들에게는 이 돈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부산시와 업계는 이번에도 이전에 되풀이하던 '요금 인상에 따른 서비스 질 향상'을 대안으로 거론하겠지만 이런 말을 믿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따라서 부산시는 성급한 대중교통 요금 인상 검토에 앞서 보다 현실적인 교통 정책을 먼저 내놓을 필요가 있다. 효과가 불확실한 해운대 중앙 버스전용차로 조성 등 보여주기식 행정보다는 요금이 오르더라도 시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중교통 중심도시'를 표방한 부산시가 별다른 대책도 없이 적자 보전 등을 내세워 요금 인상만을 추진한다면 시민들의 반발이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