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두 가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육체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 하루 2500㎉의 음식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인간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서 음식 에너지보다 적어도 20배 많은 5만 ㎉의 전기와 휘발유 같은 비음식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식량과 에너지 특히 전기는 한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안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해방 후 한반도의 전기는 대부분 수력발전에 의존했으며, 수력발전소가 거의 북한에 있었다. 1948년 북한이 송전을 중단하자 남한은 전기가 없는 나라로 전락했다. 북한은 그 전기를 이용해 군사 무기를 만들었고 1950년에 남침해 비극의 민족상잔이라는 쓰라린 역사를 남겼다. 그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미 8군 사령관 밴 플리트 장군을 불러 무슨 일이 있어도 화천발전소를 사수하라는 당부를 했다. 많은 회생을 치르면서 화천발전소를 확보했던 것은 대통령의 전기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간절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전기는 인류가 이룬 가장 위대한 과학기술로, 바로 산업의 꽃이고 생명체에 물과 같은 존재이다. 올해 같은 무더위에 전기가 없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비참하겠는가? 인류의 역사상 세계 경제 지도를 바꾼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이 1900년 초에 발명된 에어컨이라 한다. 냉방 시스템이 없다면 중동의 산유국이나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같은 도시가 탄생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음식물을 장기간 보관할 수 없어 인류가 받아야 할 고통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에너지 97.3%를 해외에 의존하는 세계 에너지 자원 최빈국이다. 과거 전쟁의 폐허로부터 불과 반세기 만에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 중의 하나가 원자력발전소이다. 정전시간이 짧으면서, 저렴한 양질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공급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정에 전기밥솥이 없는 가정이 있을까? 우리 국민이 1960년대에는 1인당 전기 사용량이 50㎾h에서 지금은 놀랍게도 9000㎾h를 넘고 있다. 이런 많은 전기 소비가 국민건강에 큰 도움을 주기에 에너지 소비 특히 전기 소비가 많은 나라의 국민이 수명이 길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자연법칙은 운동의 법칙으로, 모든 운동은 힘(에너지)에 의해서 일어나기 때문에 에너지는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를 움직이고 끌고 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인류의 역사가 에너지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이 원자력을 선택한 것은 가난을 벗고 우리 후손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초기 인류 사회는 힘이 세고 어깨가 크고 주먹이 센 사람(근육 에너지)들이 지배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지주가 큰 토지에서 많은 식량을 생산해서 곡식(식량 에너지)으로 사회를 지배했던 농경사회가 있었다. 셋째는 영국이 최초로 대량의 석탄을 이용해 산업혁명을 일으켜 세계를 지배(?)했던 석탄과 기름(화석 에너지) 시대가 있었다. 20세기에 들어와 원자핵이라는 극미의 세계에 들어 있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꺼내어 쓰는 원자력 시대까지 왔다.
이 시대에 인류가 직면한 3대 과제를 살펴보면 첫째가 기후변화, 둘째가 국가 간, 국가 내의 불평등, 셋째가 환경자원의 관리이다. 지구상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어떤 방법, 어떤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천연자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원자력발전소=유전'이라고 하는 아주 간단한 등식을 이해하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값비싼 여러 가지 재생에너지는 많은 사람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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