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부산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의 자회사 부실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집중적으로 거론된 것은 '청와대 경호실 지점'으로 전락한 보안공사의 기강해이와 업무 질의 하락이었다. 당시 감사를 맡았던 민주통합당 박수현 전 의원은 "최근 5년간 대통령실 경호처 고위 간부를 지낸 인물이 각각 인천과 부산의 보안공사 사장으로 앉으며 마치 '경호실 지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이와 함께 ▷비정규직 비율 증가 ▷직원 처우 악화 ▷기강해이로 인한 징계 급증 ▷사장이 받는 수천만 원의 성과급 등을 언급하며 "낙하산 인사들의 전문성이 의심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4년이 흐른 지금 사정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변화한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부산항보안공사 사장과 간부는 여전히 청와대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보안 인력은 늘었지만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해 3월에는 임금 삭감을 위해 휴게시간을 도입하면서도 인력 충원은 하지 않아 대형 보안사고가 잇따라 터지기도 했다. 간부 직원이 금품을 받고 마약 밀수를 도와주는 경악스러운 사건도 발생했다. 국가 최고 중요시설인 가급 부산항 보안이 부실한 데 대해 공사 안팎의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많은 문제는 경비 절감, 고용 창출로 평가되는 경영평가에서 시작된다고. 짧은 임기를 보내고 가는 간부에게 경영평가는 곧 자신에 대한 평가이자 다음 자리를 결정짓는 성적표다.

결국 본질을 잊은 부산항보안공사는 표류하고 있다. 보안공사의 핵심 자산은 보안 인력이건만 인건비를 절감한답시고 스스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여름에 두꺼운 특수복을 입게 해 인권 침해 논란을 빚은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 간부의 말처럼 "잘해보겠다"고 보안 근무자들에게 특수복을 입게 한 점은 가시적이고 정량적인 성과 내기에 몰두하는 보안공사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해공항 경찰특공대도 하지 않는 복장으로 열대야 속 보안근무를 강요했다. 이 복장이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들의 복장은 하나의 메시지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현재 부산항 부두 근처에는 불법주차 단속에 적발되는 공사 직원 차량이 많다고 한다. 지난해 마약밀수 사건에 차량이 사용되면서 대책 없이 직원 차량의 출입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접근도 어려운 부두 주변에는 불법주차 차량이 넘쳐난다. 문제가 되면 중단시키고 없애는 것으로 '할 일을 했다'고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것, 이제 좀 그만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사회1부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