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이용 승객들이 야간 통행금지시간(커퓨타임)에 걸려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제 밤 10시56분 김해공항에서 마닐라로 가려던 국제선 항공편이 커퓨타임을 넘기는 바람에 결항됐다. 이 때문에 승객 130명이 노숙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4일에는 제주에서 김해공항으로 향하던 국내선 여객기가 제한 시간을 단 1분 넘겨 인천공항으로 회항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공항 운영의 경직성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불과 9일 사이에 국제선과 국내선이 잇따라 커퓨타임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국내선은 제주공항이 붐비는 바람에 이륙이 지연된 게 원인이었고, 국제선은 마닐라의 기상 악화로 인한 것이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었으나 커퓨타임 적용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았다. 커퓨타임은 주민들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 불가피하게 설정된 것이긴 하나 단지 1분 때문에 하룻밤을 허비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나 싶다. 항공사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 좀 더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커퓨타임을 대폭 단축한 대구공항의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된다. 대구공항은 2010년 승객이 늘어나면서 커퓨타임 문제가 불거지자 우선 공휴일과 주말 전후의 제한을 풀었다. 2년 전에는 아예 자정에서 오전 5시까지로 무려 3시간이나 대폭 줄여 운영하고 있다. 커퓨타임 조정에 나선 부산시도 우선은 승객이 몰리는 주말과 휴일, 공휴일에 여객기 운항시간을 시험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그 성과를 봐가며 커퓨타임을 조정해도 늦지 않다.

여객기 승객 급증으로 홍역을 치르는 것은 비단 부산만 겪는 일이 아니다. 성수기 때 제주공항은 100초에 한 대씩 이착륙해 항공시간 지연이 다반사로 생기고 있다. 김포공항 역시 도착이 늦어져 항공기가 인천에 내리는 경우가 잦다. 지난 달 김해공항 승객은 130만 명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40%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승객은 폭발적으로 느는데 운항시간을 꽁꽁 묶어 두면 불편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시는 주민들을 적극 설득해 빠른 시일 내에 커퓨타임을 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