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이래 오랜 세월 동안 인류는 더위의 강도를 계량화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1597년 갈릴레이가 온도계를 발명한 이후에야 가능해졌으니 기껏해야 400년이다. 그래서 아직 용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기온만 높은 것을 폭염, 폭서, 더위라고 불렀다. 습하면 더 더운 것은 알아서 강더위와 무더위로 구분하기도 했지만, 그냥 혼용되기도 했다. 영어권에서도 heat와 Sultriness로 구분하는 정도였다.

1959년 미국의 기후학자 톰(Thom)이 처음으로 습기를 더위와 결합했는데, 그게 바로 불쾌지수다. 우리나라에서 서울대학교 천문기상학과의 교수와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불쾌지수를 체험하는 실험을 한 것은 1972년께이다. 고온다습 때문에 인체가 받는 스트레스는 한국인과 미국인이 서로 다르므로 한국형 불쾌지수로 개조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실제로 개조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어 1979년에는 미국에서 스테드먼(Steadman)이 HI(Heat index)를, 캐나다에서 매스터턴(Masterton)과 리처드슨(Richardson)이 Humidex를 발표했는데, 이 세 가지가 아직도 지구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더위지수다.

그러나 이들 모두 한순간의 기온과 습도만 조합한 것들로 더위를 정확히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한순간보다 연속으로 노출되어 누적되는 효과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며 열대야가 무서운 것도 이 누적효과 때문이다. 한국의 찜질방이나 한증탕이 알려주듯 순간적인 고온고습은 오히려 유익할 때도 있다.

더위를 누적하여 계량화하는 일은 독일(HSI, 2004년)과 포르투칼(ICARO, 2005년)에서 시도되었다. 기온이 특정 값 이상으로 올라가면 올라간 만큼을 단순 누적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24시간 전의 더위와 1시간 전의 더위를 같은 비중으로 다루고, 습도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 과정약점 때문에 별로 사용되지 않았다.

이 두 문제를 해결한 것이 누적열지수(Accumulated Heat·AH)이다. 기온과 습도 외에도 일사량, 지구 복사열, 풍속, 의복, 체력 등에 따라 달라지는 차이를 고려한 지수도 있었다. 하지만, 계량화의 객관성이 부정되어 지금은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누적열지수(AH)가 현재 최신형 더위 지수이다. 2015년에 발표되었으니 현재는 현업화를 위한 검증이 진행되는 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누적열지수(AH)로 한국의 더위를 통계해 봤다. 가장 더운 곳은 대구나 밀양, 합천이 아니고 서귀포이며 부산 울산 등 남동 해안 지역 즉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받아 열대야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 그 다음이다. 한국인의 상식과는 차이가 있다.

지구온난화에 더불어 지구상의 더위 피해는 급증하고 있다. 2003년에는 유럽에서만 7만1310명, 2010년에는 러시아에서 5만5736명의 더위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제 더위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사망피해를 내는 자연재해이다. 더위 피해는 더위를 모르던 지역의 주민들이 처음으로 더위에 노출될 때 더 심하다. 유럽의 사고는 그래서 커진 것이고 지구온난화의 위협도 그래서 커지고 있다.

더위 사망자는 주로 노약자나 옥외근로자의 계층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생산성 감소나 불편함은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사망자 숫자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의 연인들은 불쾌지수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면 만남을 취소한다고 한다. 무더위의 짜증 속에서 만났다가 다투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란다. 상하(常夏)의 나라지만 이렇게 생활화한 대비가 있으니 피해가 적다.

한국에서도 더위로 인한 사망자 피해는 매년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 계속 증가하리란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날이 2일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면 폭염경보를 발표하는 수준으로 일관하고 있다. 습도의 효과도 고온다습의 누적효과도 거의 고려하지 않으니 불쾌지수가 발표된 1959년보다 더 구식이다.

다행히 이제 필요를 느꼈는지, 정부가 뭔가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우선 누적열지수(AH)의 개념을 도입하여 출발하면 될 것이다. 잘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