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유지했던 제로금리 시대의 막을 내리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했을 때였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곧바로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발표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금융 전문가는 시기상의 차이가 있지만 국내 시장 금리도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금리인상이 이루어지면 부채를 떠안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법원에서도 이러한 금리 인상 예측에 따라 한계기업(좀비기업)을 포함해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이가 많았다. 이런 우려는 한시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지난해 말로 일몰되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시장 금리의 인상은 없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도 다시 제정됐다. 최근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론이 힘을 얻었다. 우려했던 대혼란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영업을 하는 기업 중 재무상태가 취약한 기업은 이런 외부적인 경제 파장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국내 시장 금리가 소폭이라도 인상되거나 금융기관의 대출연장 기준이 조금이라도 강화되면 언제든지 위기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처럼 금융면역력이 취약한 기업 중 상당수는 영업이익에 비해 금융비용이 과대하고 그 상태로는 제대로 기업활동을 하기 어려운 잠재적 부실기업에 해당한다. 이런 부실기업들은 외부자금을 조달하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연명한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더는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위기상황을 맞고서야 비로소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한다.
이런 부실기업은 법정관리를 신청해서 회생에 성공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 더욱 슬픈 일은 현재 법원에 접수되는 기업회생 사건 중 상당 부분이 이미 사실상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청한다. 이런 기업들은 단순히 자금경색으로 인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는 달라서 회생계획안이 인가돼 일부 채무를 탕감받는다고 하더라도 기업회생절차의 본래 취지인 사업의 재건과 영업의 계속을 통한 채무의 변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회생계획안 대비 절반도 안되는 실적으로 전전하다가 결국 폐지의 수순을 밟기 일쑤다.
재정적으로 위기에 처한 기업에 강제집행정지, 채무액 감면 및 지급유예라는 특혜를 줌으로써 회생채권자와 기업 모두 상생하도록 만들어진 기업회생제도가 현실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것은 바로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을 구조하기 위한 금쪽같은 시간인 골든타임은 위기에 처한 기업의 생명을 구하는 데도 그대로 존재한다. 기업회생의 골든타임이 명확히 언제라고 일률적으로 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외부자금을 원자재 구매나 판매활동비 등 영업을 위해 사용하지 못하고 이자비용이나 돌려막기에 사용한다든지, 재고자산을 과대계상하거나 외상미수금을 허위로 기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분식회계를 시작했다면 대체로 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에 다다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급한 불만 끄고 나면 경기가 좋아져 매출이 늘고, 숨통이 트일 거라는 희망고문에 스스로를 내몰지 말고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혹여 회사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알기 어렵거나 회생의 가능성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중소기업청의 재기지원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병이 나면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그에 맞는 처방을 통해 건강을 되찾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요한 것은 재기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기업회생을 위한 제도를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채권자인 금융기관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적기에 유도하고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 등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업의 발 빠른 대응만이 결국 위기상황에 빠진 기업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 골든타임을 지나쳐 살아날 기회를 놓쳐버리는 기업이 발생하지 않고 기업회생절차가 제역할을 다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부산지방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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