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의 모임에서 간단한 계산을 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즉, 곱하기 나누기 등 큰(?) 숫자의 사칙연산(+, -, ×, ÷) 문제가 나오면 종종 누군가가 "조 선생은 수학박사이니 빨리 계산해 보라"고 한다. 하지만 수학박사라고 항상 수의 계산을 빨리 할 수 있을까? 역사적 관점으로 보면 수학은 우리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도구를 사용하면서 물건의 수를 세거나 양을 측정해야 하는 필요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세고 측정하는 영역부터 발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수=수학'은 아니다. 수학은 세거나 측정하는 기능 외에도 수 양 도형과 공간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가끔 어떤 사람들은 수학이 학교에서만 배우고 실제 생활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다고 얘기한다. 그것은 수학을 잘 몰라서,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음악에 담겨 있는 수학의 원리를 생각해보자. 나열된 숫자의 열을 수학 언어로는 수열(sequence)이라고 한다. 수열 중에서 현재의 항에 일정한 수를 더해서 다음 항이 결정되는 수열을 등차수열(arithmetic sequence)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서 수열 1 2 3 4…는 첫 항이 1이고, 둘째 항은 첫째항에 1을 더해서 2이고, 셋째 항은 둘째 항에 1을 더해서 3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다음 항은 현재의 항에 1을 더해서 얻어지므로 위의 수열은 등차수열이다. 이 등차수열에서 각 항의 역수를 취해서 얻어지는 수열을 조화수열(harmonic sequence)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위의 등차수열의 각 항의 역수를 취해서 얻어지는 수열 1 1/2 1/3 1/4…은 조화수열이다. 그런데 왜 수학자들은 조화수열을 정의했을까? '조화수열'이라는 개념은 음악에서 유래됐다.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의 제곱은 나머지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발견한 그리스의 위대한 수학자이고 철학자이며 음악가인 피타고라스는 조화로운 소리를 내는 특정 음들을 찾았다. 그 음을 내는 현의 길이의 비를 나열해 보았더니, 이 수들의 역수가 등차수열을 이루고 있다는 성질을 발견하고, '역수가 등차수열을 이루는 수열'을 뜻하는 조화수열이란 용어를 정의했다. 그리고 직사각형에서 길이가 짧은 변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을 잘라냈을 때 남게 되는 직사각형이 원래 처음의 큰 직사각형과 같은 비율을 갖게 될 때, 그 직사각형의 긴 변과 짧은 변의 비율을 황금비율이라고 했다. 이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무리수가 나오게 되는데 약 1.618:1 이다. 주어진 선분 상에서 황금분할의 점은 전체 선분의 약 61.8%(1.618/(1+1.618))에 해당하는 점이다. 건축 미술 의학 예술분야 등에서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응용되는 황금비율은 사람이 느끼기에 가장 안정적이고 아름다운 비율이라고 알려져 있다.
음악에서도 이런 황금비율이 응용된다. 일반적으로 음악은 도입부 전개 절정 그리고 마무리로 구성되는데 이러한 특이점들이 일어나는 시점에 황금비율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음악의 전체적 흐름을 긴 선분으로 봤을 때, 그것의 황금점(약 0.618)에서 음악이 클라이맥스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한 예로 쇼팽의 전주곡 1번은 모두 34마디로 이루어져 있는데, 황금분할이 일어나는 지점은 21(34×0.618)번째 마디로 음악의 절정점이다. 또 음의 황금분할 지점인 13(21×0.618)번째 마디에서는 화성이 크게 변하기도 한다. 쇼팽의 전주곡 외에도 모차르트나 바흐, 헨델 등 저명한 음악가들의 음악에서도 황금비율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위의 예와 같이 수학과 관계없어 보이는 음악에서도 수학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해 보면 그 속에서 수학적인 규칙을 찾을 수 있고 또 그 원리를 이용하여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고 다른 영역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창의성이고 융합적인 사고이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로 하는 사고력과 역량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와 더불어 수학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수학 공부를 하면 정확성이나 분명함 그리고 세밀함과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켜주고 특히 앞으로 전개될 소프트웨어시대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역량인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된다. 수능시험만을 위한 의무적이고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수학공부가 아니고 천천히 생각하고 즐기면서 수학공부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동서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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