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의 '수도권 특혜, 지방 홀대'가 갈 데까지 간 모양새다.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지역 의원이 발의한 다른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부산 특혜법'이라는 이유로 외면된 반면 수도권만 배 불리는 특혜 법안만 통과된 것이다. 예산안 처리와 연계된 여야의 '입법 딜' 과정에서 나온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이를 방치한 해당 상임위 소속 지역 의원들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개정된 관광진흥법안을 보면 수도권에 노골적인 특혜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존 법은 학교 출입문에서 반경 50m 이내를 절대정화구역으로 지정, 호텔을 건립할 수 없으며 반경 51~200m의 상대정화구역에서는 호텔 건립 때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가 필요하다. 개정안은 이런 규제가 관광진흥에 걸림돌이라며 절대정화구역을 반경 50m에서 75m로 강화한 대신 이를 벗어날 경우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완화했다. 규제 완화야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개정안이 5년 한시적으로 서울과 경기지역에만 한정해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런 식이니 수도권에만 관광산업이 있고 지역에는 없느냐는 반발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부산만 해도 주요 현안인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의 핵심인 호텔 건립이 기존 법에 묶여 오랫동안 표류하고 있는 형편이다. 개정안이 부산에도 적용된다면 이 사업 또한 날개를 달 수 있지만 결국 무산된 것이다. 이 와중에 동부산관광단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역 의원이 발의하고 부산시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벽조차 넘지 못했다. 이러고서야 정부와 정치권이 지역균형발전을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다.

비록 수도권에 특혜를 주는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아직 시행령 제정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부산시가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심의 제외 구역에 부산이 포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니 여기서 멈출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손놓고 방관만 한 지역 의원들도 늦었지만 결자해지의 자세로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또한 지역균형발전에 더는 찬물을 끼얹지 말고 잘못 끼운 단추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