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7일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지하철 버스 동시 다발 자살폭탄 테러는 5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테러범 4명은 4.5㎏짜리 폭탄 배낭을 메고 지하철역에 집결해 각자 목표물을 향해 흩어진 뒤 폭발물을 터뜨렸다. 이들은 모두 파키스탄계 이민 2·3세 영국인. 1년 뒤인 2006년 영국에서는 런던발 미국행 민간항공기 7편에 대한 연쇄테러 계획이 적발됐다. 모의 가담자 중 한 명이 파키스탄계 이민 2세인 와히드 자만. 그는 의대를 다니는 촉망받는 엘리트로 공부에만 열중하던 샌님이었다. 이슬람 테러를 남의 일로 치부하고 프랑스에서의 이슬람 소요를 비웃던 영국사회는 경악했다. '각자 따로 살면 된다'는 영국의 이민 정책이 여지없이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프랑스가 알제리 튀니지 등 주로 북아프리카 국가로부터 이민을 받아들인 것은 1950년대 초였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부족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제국주의적 유습과 문화적 우월주의는 이들 이민자를 노동자로만 여겼지 시민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슬람 2세들의 소외감은 2005년 프랑스 파리 주변 빈민가 이슬람 소요사태로 폭발했다. 2개월에 걸친 소요는 '포섭하고 동화한다'는 프랑스의 이민정책 모델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이들 이민 2세는 겉으로는 서양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차별과 소외감은 크다. 높은 실업률이 이런 상황을 대변한다. 프랑스 자국민의 실업률은 9.2%이지만 외국계 이민자의 실업률은 14%에 이른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 내 이슬람 청년의 실업률은 25%. 같은 또래 영국 젊은이 실업률이 2.8%인 데 비하면 엄청나게 높다.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부분의 테러가 이슬람 이민 2·3세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월 시사만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공격했던 쿠차이 형제도 이민자 출신이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 이슬람 이민 2세가 극단주의의 유혹에 빠져들 필요충분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이 '11·13 파리 연쇄테러'의 원인을 프랑스 이슬람 이민자들의 허무주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전염병에 간단한 해결책은 없고 전례없는 서방 정부의 노력만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증요법으로는 치유할 수 없을 만큼 허무주의의 병이 깊다는 말이다. 테러는 증오하고 분쇄해야 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들여다 보고 원인을 제거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미 다문화사회가 된 우리도 주위에 또 다른 증오를 키우고 있지 않은지 미리 살피고 대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