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모든 이에게 공평한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공평하다는 것을 어떤 척도로 잴 수 있을까? '인생은 원래 불공평하다'는 빌 게이츠의 말도 있듯이 사람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세상만물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중에서 시간은 어떨까? 어떤 사람은 단명을 하고, 어떤 사람은 장수를 한다 하더라도 시간의 절대적인 크기가 불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시간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보내는 하루와 직장에서 보내는 하루의 가치를 비교할 수 없다. 부가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회의시간에 소모하는 나의 한 시간은 분명 회사에 어떤 역할을 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다.
반대로 시간과는 달리 절대적으로 불공평한 것이 있다면 그 중의 하나는 분명 경제라고 생각한다. 경제의 목적 자체가 부의 산출이고, 경제는 역사적 지리적 환경적으로 철저히 영향을 받아 출발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제라는 것이 이제는 통신과 교통수단을 기반으로 전 세계적으로 복잡하게 얽히게 되어 버렸다. 최근 스위스 중앙은행이 금리를 마이너스 0.25%로 낮춘 속사정을 찾아가 보면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 세계가 가지 많은 나무, 형제가 많은 집안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에릭 바인하커는 경제를 끊임없이 진화하는 불안정하고 불균형한 생태계로 보았다. 즉 부(富)의 기원이 생명의 기원과 닮아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진화론에 근거한 복잡계 이론을 경제에 접목했다. 그러면서 전통 경제학은 핵심 전제가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현실의 인간은 '매우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정말 단순한 사람들'인데, 전통 경제학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상황에 처한 너무도 머리 좋은 사람들'로 가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통 경제학에서는 부가 자원과 노동력에 의해 생산된다고 주장하지만, 그는 부의 원천을 '지식'과 '진화'에서 찾았다.
필자가 보기엔 그 진화 중의 하나가 공유경제인 듯하다. 공유경제란 '물건을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서로 빌려 쓰는 경제활동'으로 2008년 로렌스 레식 하버드 법대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이러한 진화의 원인은 경기침체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때문이었다. 공유경제는 벌써 실생활에 적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숙소를 중개해 공유하는 업을 하는 에이앤비라는 회사의 기업가치는 창업후 5년 만에 100억 달러에 달하고 2초에 한 건씩 계약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차량공유서비스로 유명한 우버도 있다. 이미 지난해 8월 서울시는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위반으로 우버를 고발했을 뿐 아니라, 발빠르게 올해 초에는 '공유단체, 기업지정' 및 '공유촉진 사업비 지원사업'을 공모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변화는 필자의 본업인 주택건설업에도 이미 와 있다. 이른바 공유주택이란 것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일정공간을 함께 쓰는 형태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의 소행주1호라는 이름의 빌라와 2013년 9월에 준공한 부산의 일오집이 유명하다. 공유주택의 종류도 다양하다.주거공동체형뿐만 아니라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그리고 학생들이 주도한 셰어하우스 형태의 공유주택도 있다. 협동조합형은 조합이 구성된 목적에 따라 육아형, 예술가형, 여성전용 등 다양하게 존재하며 이미 만들어진 것도 있고 추진 중인 것도 있다. 비록 전통적 가족의 해체와 동시에 경제여건의 변화로 공유주택이 만들어졌지만 그 이후 진화를 계속해, 공간을 함께 쓰는 형태에서 삶의 가치를 공유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주택건설업을 하고 있는 필자로서도 생소한 상황이 공유경제라는 큰 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제도가 있으면 경제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지만, 그런 제도가 없으면 아무리 많은 부라도 흔적 없이 사라진다'라는 애비너시 딕시트 교수의 말처럼 이러한 생태계 변화를 우리 한국사회가 빨리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정부에서는 사내 유보금에 대해 '기업소득환류세제' 과세기준과 과세대상을 확정해 올해부터 시행을 한다. 거기다 일부에서는 법인세의 증세요구가 거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생태계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다시 돌아가서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이 시간이라면, 현재의 나는 내가 살아온 시간의 부가가치일 것이다. 이제 그 부가가치를 공유라는 방법을 통해 나누는 방법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도덕적이나 철학적인 관점에서는 모범답안이 아니겠지만 내가 지혜만 있다면 시간을 부여하고 문제를 출제한 신의 의도와 요구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영화 '인터스텔라'의 포스터 문구가 생각난다. '우린 해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대원플러스건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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