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너(모건 프리먼)와 에드워드(잭 니콜슨)는 병원에서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된다. 죽음을 앞둔 두 사람은 남은 시간을 뜻깊게 보내기 위해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병원을 뛰쳐나가 여행길에 오른다.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카레이싱, 스카이 다이빙, 눈물 날 때까지 웃어 보기,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리스트를 하나 하나 실천하면서 이들은 인생의 기쁨과 참 의미를 새삼스럽게 발견한다. 2007년 개봉된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란 영화의 개략 줄거리다.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차례대로 써 내려간 목록을 뜻한다. 버킷(Bucket)은 '양동이'다. 중세시대에 교수형을 행할 때 죄수가 밟고 올라선 양동이를 찬다는 의미(Kick the Bucket)의 속어에서 유래한다. 양동이를 발로 차기 전에 즐기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뜻을 감추고 있다.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책 소개하기'가 유행이다. 이른바 '북 버킷'이다. 페이스북에 간단한 이유와 함께 '내 인생의 책' 10권을 고른 뒤, 이어갈 사람 2, 3명을 지목한다. 루게릭 병 환자를 돕기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의 변형인 셈. 북 버킷이 내게 떨어지면? 행운일 것도 같고, 걱정이 될 것도 같다. 개인의 지적 무게와 취향을 나누는 일이라 머뭇거려질 수 있다. 밤 세워 몇 권을 읽고 리스트를 급조해야 될지도 모른다.

북 버킷은 독서운동의 진화란 측면에서 일단 고무적이다. 책을 고르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챙기게 된다. '버킷'이란 말이 그렇듯, 유한한 삶의 값진 체험들을 늦출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책을 통해 얻는 깨우침은 영혼에 깊숙한 흔적을 남긴다.

아이디어가 좋아 그런지, 북 버킷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원에선 지정한 책을 선물하고 전달하는 '날아라 책나비' 운동이 한창이다. 충북대에선 교수들이 차가운 얼음물 대신 딱딱한 책을 뒤집어쓰고 장학금을 마련하는 책 버킷이 이어지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쌀을 모아 저소득층에 기부하는 '라이스 버킷 챌린지'도 벌어지고 있다. 버킷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내친 걸음, 북 버킷 때 읽은 책의 리스트만 만지작거릴 게 아니라, 직접 책 한 권을 써보는 건 어떨지. 당신 곁에 다가와 있는 가을이 '양동이'를 발로 차버리고 제 갈 길을 가버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