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내가 부산스럽다. 꽁꽁 얼어버린 것만 같았던 취업 시장이 하반기 공개채용(이하 공채)의 시작과 함께 활기를 띠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교내 취업지원센터에는 많은 기업의 채용설명회가 줄을 잇고, 게시판에는 공채 포스터가 덕지덕지 부착되어 있다.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기다렸던 기업의 채용 공고로 인한 안도감과 '이번에는 합격하겠다'하는 결의와 긴장감이 잔뜩 서려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웃을 수 있나 싶었던 부산 청년들에게 찬 물을 붓는 기사가 보도됐다. 바로 부산 경제가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기사다.

지난 11일 자 국제신문에 보도된 '부산·경남 경제 늙어간다'는 부산 청년들을 우울하게 하는 소식이었다. 해당 기사는 부산이 1기(1990~1997년)와 2기(1998~2012년) 모두 쇠퇴지역으로 분류됐고 인근 지역인 경남 역시 2기에 쇠퇴지역으로, 울산은 정체지역으로 편입됐다는 내용이다. 부산은 물론이고 부산 인근 지역에서도 '먹고살기 힘들다'는 뉴스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비보와도 같은 소식에도 부산의 대학가는 전혀 미동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러한 뉴스들에 둔감해진 걸까. 아니면 애써 무시하려는 걸까.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었던 '늙은 부산'에 대한 우려는 4일 자 사설에서 '부울경 청년 위한 맞춤형 고용대책 절실하다'며 더욱 구체화된다. 고령화된 부산·울산·경남의 청년들을 위한 고용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작 대학생들은 우리 이야기인데도 남의 일처럼 흘려듣는 모양새다. 문제 해결의 주체로 청년이 제외되어 있으며 오늘날 부산 청년들의 현실을 깊숙이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 그 이유다. 쇠퇴하는 지역 경제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를 지닌 지역 청년들을 파악하는 것이 첫 단추다.

1980, 90년대와 달리 오늘날 대학생을 아우를 수 있는 키워드는 파편화, 개인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학생들이 우리 이야기를 남 이야기처럼 들었던 것은 바로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나만 잘되면 된다'하는 생각이 우리 부산에 관한 무관심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청년들 스스로가 무너지는 자기 지역의 경제를 방관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무관심이 지속, 가속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부산의 대학생들이 늙은 부산 경제를 체감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청년들이 경제를 숫자가 아닌 피부로 절감할 때가 취업 시기인데, 이때 많은 이가 서울로 향한다. 많은 정보가 서울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대다수의 대기업이 신입사원들을 지역으로 인사발령을 하면서도 채용시험과 연수는 모두 서울에서 치르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서울에서 배우는 셈이다.

무너져가는 지역경제를 막기 위해서는 사안의 주체인 청년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변화되어온 오늘날 대학생의 현실과 생각을 포착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만 청년들을 설득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우리의 문제가 나의 문제로 인식 전환될 단초를 제공하는 기사와 국제신문의 획기적이고 새로운 관점에서의 대안 제시가 절실하다.

'마음의 암 트라우마 리포트'에 관한 연속기획을 유심히 읽었다. 최근 발생했던 많은 국가적인 사건·사고에 관한 기사 대다수는 재난의 발생 원인과 개선 방안을 지적하는, '미래의 우리'를 위한 것이었다. 이렇듯 '오늘'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자들'을 향한 기획은 시기적절했다고 생각된다. 첫 번째 기획이었던 지난 2월에 발생한 '마우나리조트 참사'를 재조명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지역 언론이 아니라면 재조명받지 못할 지역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살아남은 자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지에 관한 원인도 잘 지적했다.

게다가 하나의 기획 안에서의 기사 간의 연계도 좋았다. 가령 이런 식이었는데, 투신자살을 겪은 도시철도 종사자의 속사정을 생생하게 얘기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시스템 측면인 1인 승무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스토리텔링 기사와 사회구조적 측면에서의 분석 기사를 적절히 잘 병행했다.

국제신문의 굵직굵직한 연속 기획물은 지역 사안에 집중되어 있고 심층성이 담보되어 있어 늘 기대하게 된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읽을거리는 많은데 볼거리가 적다는 점이다. 물론 기사의 질도 중요하지만 사진, 인포그래픽, 표, 일러스트 등을 적극 활용해 독자들의 첫 시선을 사로잡는 것도 필요하다.

부산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