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도 '명절증후군'이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명절증후군은 '대한민국에서 명절이 다가왔을 때 가사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주부들이 겪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명절증후군을 겪는 대상은 대부분 주부이지만 최근에는 남편, 미취업자, 미혼자, 시어머니 등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추석 전부터 다양한 언론매체들이 명절증후군을 극복하는 데 좋은 음식, 화장법, 스트레칭 방법, 그리고 가족 간의 이해를 통한 해소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지속적으로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는가?

필자는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남자의 자화상을 명절증후군과 비교하여 그려보고자 한다. 명절은 즐거워야 하는데, 그 후유증은 무섭고 다시 반복되며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남자라는 사회적 관념의 그늘에 가려져 표현하지 못하는 가장들의 문제를 필자는 '위기의 불혹, 기회의 지천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이 남자들의 명절증후군이다.

논어 위정편에 의하면 불혹(不惑)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다'는 것이고 지천명(知天命)은 '하늘의 명을 깨닫다'는 것을 이른다고 했다. 그럼 왜 '위기의 불혹'인가.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40대 흡연율은 49.5%로 성인남자 평균 흡연율 43.7%보다 5.8%포인트 높고, 고위험음주율(27.8%), 신체활동 부족률(52.1%), 에너지/지방 과잉섭취율(10.1%), 스트레스 인지율(27.9%), 비만 유병률(45%)도 전체 성인남자 평균보다 높았다. 좌식 생활자의 경우 30세부터 매년 1%씩 근육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는데, 생애 전환기인 남자의 몸은 40대에 그 변화를 직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그 상태를 지속시켜 만성질환에 노출되고 신체적 노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시기이다.

특히 40대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펼치고, 가정에서 사춘기의 아이들과 아내로부터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자신을 돌보는 데 투자를 꺼리고 중간관리자로서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흡연이나 음주 등의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경향이 많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을 흐리지 않는 가장 고집스러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럼 '기회의 지천명'은 무엇을 의미할까. 필자는 하늘의 뜻을 깨달아 건강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50대라고 역설하고 싶다.

내 몸 사용설명서를 인용하면,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그리고 건전한 생각과 생활 여부에 따라 건강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실제 나이 효과'라고 한다.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는 70% 이상 자신의 선택과 책임이라는 것이다. 50세가 되면 생활방식이 어떻게 늙어가는가의 80%를 결정하고, 유전이나 체질은 겨우 20% 정도밖에 영양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기회의 지천명'인 것이다. 몸이 내게 하는 소리는 하늘의 뜻인 것이다.

우리는 명절증후군을 해소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제 하루 30분 동안 3000보 이상 걷고, 플랭크 자세 60초, 스트레칭 60초, 온냉요법을 권하고 싶다. 35~40도의 온탕에서 2분, 15~18도의 냉탕에서 1분씩 4회 정도 온-냉-온요법 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지난회 칼럼(국제신문 7월 31일 자 25면) 문제. '식사할 때 적게 먹을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의 정답은 ②'식사 시작할 때 지방부터 먹기'이다.

동서대 운동처방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