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의 고통은 단위 시간으로 따지면 세상에서 가장 아프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겨주니 그 통증은 여성만이 안다. 하지만 모성이 든든히 뒷받침해주기에 고통은 지고의 기쁨으로 바뀌게 된다. 안 그랬다면 인류는 존속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낳는 일은 그래서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소중하고도 성스러운 행위라 하겠다.

출산 기록을 살펴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18세기 러시아 농부 표도르 바실리예프의 부인은 27번의 출산 끝에 무려 69명을 낳았다. 주로 쌍둥이로 머릿수를 채웠으니 어마어마한 신기록 달성이 가능했다. 5년 전 미국의 나디아 슐만은 여덟 쌍둥이를 낳아 세계 토픽을 장식했다. 임신 당시 배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튀어나와 일찌감치 화제의 인물이 된 것은 물론이다. 그에게 붙여진 애칭이 '옥토맘(octomom)'. 8을 뜻하는 라틴어에 엄마를 붙인 합성어다.

1939년 칠레에서는 리나 메디나라는 5세 소녀가 사내아이를 출산해 주위를 놀라게 했고, 인도의 70세 할머니는 제왕절개수술로 쌍둥이를 낳아 최고령 출산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대리모 기록도 대단하다. 영국의 캐롤 홀록(42)은 13년 동안 12명을 대신 탄생시켰다고.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닌가.

지금 인구가 줄고 있는 선진국들은 국력 키우기 차원에서 다산을 유도한다. 우리나라는 더욱 심각하다. 인구가 줄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출산 절벽'을 마주하고 있다. 2년 전 연말 온 나라에 유행했던 '솔로 대첩'을 기억하시는지. 젊은이들이 얼마나 짝찾기 힘들었으면 대첩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그랬을까. 상황이 이럴진대 인구 증가를 기대하기는 난망지사.

지난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 즉 조출생률이 고작 8.6명밖에 안 돼 사상 최저치를 보였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란다는 '흑룡해'가 재작년이어서 출산이 몰렸다고 하는데도 이 정도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여성이 평생 낳는 아기 수를 가리키는 합계출산율 역시 1.18명에 그쳤다. 산모 고령화 추세도 악재다.

이대로 가다간 한민족이 사라질 수도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통계 연구를 보면 2750년 한국인은 멸종된다. 5000만 인구는 반세기도 안 돼 4000만 명으로 곤두박질친다. 부산 인구는 2413년 소멸될 것이다. '둘도 많다'며 산아 제한을 외쳤던 게 얼마됐다고 이 지경에 처했는지. 이제 '둘도 적다' 캠페인을 벌여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