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5원은 필자가 지난달에 받은 저작권료의 총계다. 필자의 밴드가 2011년에 출시한 앨범이 하나 있는데, 그것에 대한 저작권료로 600~900원 정도의 금액이 매달 필자의 통장에 입금된다. 그런데 음반을 하나 만드는 데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인건비를 제외하고 최소 1000만 원 이상이 든다. 따라서 한 달 평균 700원 정도의 금액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1190년이 걸려야 원금이 회수되는 아주 불리한 장사다. 그런데 645원은 작곡가에게는 일면 대단한 돈이다. 왜냐하면 한 곡을 다운받는 데 작곡가에게 들어오는 액수는 평균잡아 10원이고 일명 스트리밍, 즉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듣기만 하면 곡당 0.2원이다. 따라서 지난달 필자의 음악을 정식으로 다운받은 사람이 대체로 64명은 된다는 얘기이고 스트리밍을 통해 필자의 음악을 들었던 사람은 3225명이 될 수 있다는 셈이다.

싸이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강남스타일'을 통해 음원판매 저작권료를 합산하면 여태까지 3600만 원 정도 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연을 비롯한 다른 수입이 있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전 세계를 휩쓴 강남스타일도 적자가 될 뻔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한국의 음악산업이 고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전 세계에 열풍을 몰고 온 K팝의 실상은 음악적인 질보다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아름다운' 걸그룹의 춤과 퍼포먼스때문이 아니었던가. 음악적인 질이 담보되지 않는 비주얼이 중심이 되는 음악은 대중에게 더는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결국에는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는 없고, 이제는 그런 시점에 다다른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는 소비자 입장에서 음원 사이트에서 개별적으로 한 곡을 다운받는 데 지급하는 금액은 660원 정도가 된다. 그러나 네이버나 다음에서는 MP3 100곡 다운 받는데 9900원이다. 따라서 곡당 세금 제외하고 90원이라는 계산이 된다. 결국 여기서 유통사가 40~55%정도를 가져가고 나머지 중 일부를 작곡가에게 배당한다. 사실 유통사가 많이 가져가는 부분에 앞서 음원 가격이 지나치게 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필자의 앨범에 5곡이 있으니 한 곡에 어림잡아 200만 원이 들었다는 계산인데 이것에 대한 값이 90원이라니!

그런데 다운로드의 값을 올릴 수 없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소비자들의 음원을 비롯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낮은 도덕적 인식'이다. 곡당 90원이라면 굳이 무료 다운로드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부담없는 가격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스마트폰 음원 플레이어인 아이튠스에서 음악을 다운받기 위해서는 대략 1.26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대략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300원 이상 되는데, 이것은 현재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액수이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한국 소비자들은 곡당 수백 원이 되는 순간, 곡을 정상적으로 사기보다는 불법 다운로드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영화가 불법적으로 거의 무료로 '다운로드' 당하고 있다. 그나마 영화는 젊은이들이 데이트하면서 애용하기 때문에 1000만 관객 동원이 가능하다. 그러면 음악은? 이젠 음반이 골든 디스크(100만 장 이상 팔린 디스크)는커녕 아무리 히트를 해도 1만 장 팔기도 힘든 지경이다.

얼마 전 '미드'(미국 드라마) 제작사 측에서 한국의 미드 번역가들을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의 미드 번역가들로 인해 불법 다운로드가 이루어졌고, 따라서 미드 제작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당연한 소송이라고 판단된다. 미드도 엄연한 디지털 문화상품인데 이것을 허락없이, 그리고 대가없이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문제는 이런 불법 다운로드를 방치할 경우, 당장은 소비자들이 거의 무료로 문화상품을 즐길 수 있게 되고, 더불어 외국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비용이 절약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문화의 전반적인 쇠락이 필연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창작자들은 문화가 아닌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설 것이며, 영화 또한 극장을 점령할 수 있는 상업적 영화 외에는 제작이 힘들어 질 것이고,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더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이런 현상은 지난 십수 년간 진행되어 왔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 즉 불법 다운로드를 더 엄정하게 금지하고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문화상품의 도용을 막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아이튠스에서 판매하는 곡당 가격 1300원은 필자가 받는 저작권료의 두 달 치이다.

동의대 음악학과 교수·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