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사회적기업을 위한 글로벌 토론회가 열린 것은 여러모로 뜻깊다. '따뜻한' 사회적 경제를 지탱하는 중심축인 사회적기업의 현실적 한계를 짚어보고,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일은 부산 경제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에 70개가 넘는 사회적기업이 있고, 신규 일자리도 5000개나 창출되는 효과를 봤다. 전국 3위를 기록할 만큼 사회적기업이 활성화된 건 상당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사회적기업의 가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낮은데다, 확대재생산을 떠받쳐줄 인프라도 없는 실정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경쟁력도 한참 뒤떨어져 있다. 따라서 자립과 성장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생존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변화에 대한 열정과 사회적 가치를 향한 도전정신, 그리고 목표 실현을 위한 동기가 부여되어야만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래야 공익을 실천하면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지 않겠나.

사회적기업 육성 전략은 서병수 부산시장의 질 좋은 일자리 20만 개 창출 공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물론 거대자본을 비롯한 기업 유치가 최선책이겠으나 여건상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인구 고령화와 젊은 인력 유출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금 지역 인재가 타지로 빠져나가면서 입는 손실만 한 해 2조 원이 넘는다. 그만큼 역내 인적자본이 축적되지 않고, 성장 잠재력도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의 단기적 성과를 노리고 숫자 늘리기에 집착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따라서 사회적기업 육성을 제대로 해야 한다. 자립 능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꾸준히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지나치게 개입해선 안 된다. 이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그물을 쥐여주라는 얘기다. 후속 지원책으로 기업과 사회적 가치를 원하는 투자자를 연결해줄 사회적 거래소 설치를 적극 검토하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법적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