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행복마을 사업이 수익창출 구조를 만들지 못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지역 공동체 회복과 도시재생을 지향하는 행복마을이 행복해지기는커녕 주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현 지원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따져볼 일이다. 개발과 성장 과정에서 뒤처진 도심 속 오지 마을을 재정비하고 주민 주도로 공동체 일자리를 만들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겠다는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 먹혀들지 않으니 빈곤에 허덕일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배곯는 마을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3년 전 첫 프로젝트로 선정된 사상구 주례동 온골마을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 마을 행복센터는 마을 회의와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수익 창출 사업을 할 수 있는 거점시설이지만 그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약해졌다. 시로부터 연간 500만 원을 지원받고 있으나 자체 사업을 통한 운영비 충당이 불가능하다. 당장 내년부터 전기료와 수도료 지원이 중단되면 센터 운영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온골마을뿐만이 아니다. 사상구에 18개 행복센터가 있지만 공동작업장에서 자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부산 전역으로 봐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마을마다 교수 등이 참여하는 추진협의회가 구성돼 있는데 지금까지 뭘 했는지 모르겠다. 주민들이 스스로 지원을 끌어오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스템이라고는 하지만 시와 일선 지자체가 마냥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 사업은 초기 마을환경 개선 위주로 진행되다 자립의 틀을 갖추는 것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그런데 주민 역량 키우기는 무시한 채 행복센터와 같은 하드웨어적 측면만 지원하다 보니 엇박자가 난 것이다. 약초와 토마토를 기능성 산업으로 키워 성장하고 있는 강서구 월포마을이나 육아공동체 사업으로 유명한 서울 성미산마을 등 모범 사례를 보면 대부분 지역 특성을 살려 성공했다. 노령층이 많은 온골마을의 경우 노인 돌봄 공동체 같은 실질적 효용이 있는 실버 사업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