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최근 원전안전 컨트롤타워인 '원자력안전실'을 신설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를 계기로 시가 서둘러야 할 것은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하고, 원전 사고발생시 비상대책을 실질적으로 마련하는 일이다.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비상계획구역이 원전 반경 30㎞까지 확대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8~10㎞에 머물러 있다. 미국은 반경 50마일(약 80㎞)을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으로 잡고 있다. 부산의 경우 고리원전 반경 10㎞ 이내에 3만 명, 30㎞이내에 248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그렇지만 부산시민 70%가 사는 반경 30㎞ 이내 지역에 대한 시의 방호대책으로는 현재 보호장비 1.6%와 방호약품 13.8% 확보가 전부다.

향후 비상계획구역 확대에 따른 실질적인 방재대책비용, 즉 재원 마련이 과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말 '부산반값전기료추진시민운동본부'가 출범했다.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영춘 (사)인본사회연구소 소장이 제안한 '부산 반값 전기료'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 원전이 입지한 부산지역 전기요금을 원전 반경 5·10·20·30·50㎞ 권역으로 나눠 전체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의 절반을 지원토록 하자는 것이 요지다. '3% 생산에 38%를 소비하는 서울특별시'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원전 입지 주민이 감내해야 할 물적·심적 피해를 고려할 때 '부산반값전기료' 제안은 부산시민은 물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제기한 정치적, 사회적 담론이다.

필자는 자칫 지역이기주의로 오해될 수 있는 '부산반값전기료추진시민운동'이 단순히 '반값 전기료' 보조금 확보에 그치지 않고 원자력 피해예상범위 확대지역의 방재 및 효율적 피난대책비용, 나아가 부산지역의 탈원전 대안에너지시스템 구축 기금 조성으로까지 확대하기 위해 '원전안전이용부담금'제도 신설을 제안한다. 현재 고리원전을 비롯해 원전 입지 지역 반경 5㎞ 이내 주민에게는 계량기당 1만3600원의 전기요금이 지원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최소한 원전 반경 30㎞ 이내 주민에게까지 전기요금 지원을 확대하라고 요구해도 '부산 반값 전기료'의 취지를 관철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전안전이용부담금제 도입은 부산 외에도 원전 반경 30㎞ 내에 있는 월성(133만명)·한울(8만명)·한빛원전(15만명) 인근 지역 주민과 연대해 단순한 전기료 인하운동이 아니라 수도권에 대해 '에너지 부정의'와 '희생의 시스템'의 대안을 요구하는 '에너지 지역분권'으로 확산하는 데도 필요하다.

사실 부산지역은 '전기료 인하운동'이 아니라 '탈원전 에너지전환 도시운동'을 펴야 한다. 고리지역의 경우 현재 고리 1~4호기, 신고리 1·2호기 등 모두 6기의 원전이 운전 중이며, 신고리 3·4호기가 건설 중이고, 신고리 5~8호기가 계획 중이다. 이들 원전 12기를 발전용량 면에서 보면 '고리 1호기 23기'가 들어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리지역은 세계 최악의 핵단지가 돼버린다. 인구밀집지역을 피하도록 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전 안전기준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미국의 원전 입지는 '저인구지대(LPZ)'로 해야 한다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피난계획 수립이 원전 건설의 전제 조건이다. 미국 뉴욕 인근 롱아일랜드지역의 쇼어햄(Shoreham) 원전의 경우 1984년 60억 달러를 들여 완공했으나 지역 의회에서 '원전사고시 주민전원이 안전하게 피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면서 1989년 원전회사가 1달러에 주정부에 매각한 뒤 폐로 절차에 들어갔다.

다음 달 9일 일본 도쿄도지사 보궐선거에 호소카와 전 총리가 고이즈미 전 총리와 '탈원전 연대'를 해 도지사 후보로 나섰다고 한다. 도쿄가 탈원전을 해나가면 일본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6월 14일엔 지방선거가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부산시장 후보가 고리원전 문제에 대한 입장과 대책을 놓고 치열한 정책 공방을 펼치길 희망한다. 부산광역시장은 1978년 고리 1호기가 들어설 당시 유신시대의 양산군수나 부산직할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