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값싼 브레이크를 단 마을버스들이 부산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니 기가 막힌다. 미연에 적발됐기에 망정이지 큰 사고라도 났다면 어찌됐을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24인승 마을버스는 출퇴근이나 등하교때 입석 승객들이 많아 사고에 매우 취약한 교통수단이다. 특히 비탈길인 산복도로나 좁은 골목길을 운행하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비롯한 제동장치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고성능 ABS브레이크를 장착하도록 의무화돼있는 법규정을 무시하고 일반 브레이크로 바꿔치기했으니 사고 위험성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부산에서는 모두 136개 노선에 571대의 마을버스가 운행되고 있는데 경찰이 수사한 결과 9개 업체, 21대가 적발됐다. 자동차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마을버스는 1997년부터 ABS브레이크 장착이 의무화된 것은 물론이고 내부 구조를 변경하려면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업체들은 이런 절차를 아예 무시한 채 브레이크를 마음대로 바꿔버렸다.

원인은 돈 때문이었다. 수입산 ABS브레이크는 수리비를 포함해 교체할 때마다 개당 520만 원이 드는 반면 국산 저가 브레이크는 120만 원에 불과하다. 마을버스 업체들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정비 비용을 아끼기 위해 ABS브레이크를 뜯어내고 값싼 제품으로 대체한 것이다. 승객 안전은 외면한 채 유지비부터 따지고 드는 양심불량 업체들을 보니 분노가 치민다.

산복도로가 많은 부산의 지형상 빗길이나 비탈길에서 제동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ABS브레이크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급제동을 하더라도 직진성과 핸들링이 가능하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보장해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게 장착돼 있어야 25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그나마 안심하고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경찰이 나머지 업체들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부산시도 다음주부터 일제 점검에 들어간다니 지켜볼 일이지만 시민의 생명이 걸린 점을 명심해 마을버스 개조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