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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민생이 밥이거늘 /최원열

대중 지혜 외면하고 밥그릇에만 혈안된 야만의 정치 종언할 의식 진화 이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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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불행하다. 정치라는 괴물에 휘둘려 국민들은 등골 휘는 삶도 모자라 정신적으로 고문까지 당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3 삶 보고서'는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삶 만족도는 낙제점 수준이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있는지를 묻는 사회적 지지감은 최하위권을 기고 있다. 그만큼 믿을 구석이 없다는 뜻이다. 삶의 질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큰소리칠 자격이 없다.

잔머리만 굴리는 국회의원들 탓에 정치가 제민(濟民)의 도리를 다하기는커녕 민초들을 도탄의 늪에 밀어넣는 사회악으로 변질되었으니 나라 앞날이 참으로 걱정된다. 도대체 '그들만의 진흙탕 싸움'에 국민들이 왜 피해를 입어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도 읍소하면서 나라 살리겠다고 하길래 표를 찍어줬더니 하는 짓들이 이 모양이다. 일단 뽑히고 나면 나몰라라 하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지만 이건 정말 심하다. 그러고 보니 국회의원이란 권한만 있지 책임은 없는 '신의 직업'이란 말이 실감난다.

1 대 99의 법칙이란 게 있다. 단 1%의 천재가 인류 역사를 주도하고, 나머지 대중은 우매하다는 것이다. 우생학이란 것도 여기서 나왔다. 창시자인 프랜시스 골턴은 저 유명한 찰스 다윈의 사촌으로 자신의 가문에서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는 원인을 우생학에서 찾았다.

그가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800명을 모아놓고 소의 무게를 알아맞히는 대회를 열었다. 결과를 본 그는 경악했다. 실제 무게와 대중이 적어낸 평균값이 불과 500g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개인은 어리석을지 모르나 집단을 이루면 훨씬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민주주의 참뜻이 여기에 있다. 대중은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비록 최선의 결정은 아닐지언정 최악의 결과는 막을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지적 능력을 '대중의 지혜'라 칭하기도 한다. 우리 국민들이 선거때마다 보여준 '견제와 균형'도 마찬가지. 정치판을 치열한 논쟁과 경쟁 관계에 놓아둠으로써 나라 발전을 이끌어가도록 배려한 민심의 속뜻 말이다.

하지만 국회가 과연 그러한가. 의원들이 외치는 민주주의는 '팥소 없는 찐빵'이다. 그들의 사전에 국민은 없다. 단지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내세운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여기서 나온다. 지난 보궐선거를 보자. 화성갑에서 야당은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대역전을 기대했으나 성적표는 '미러클(기적)'이 아니라 '미저리(참패)'였다.

이건 단순히 승패로 논할 거리가 아니다. 국민을 외면한 야당에 유권자들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지난 대선때보다 지지율이 확 떨어진 게 이를 증명한다. 여당이라고 우쭐할 일이 아니다. 그나마 지키기 힘들지언정 귀에 솔깃한 경제 이슈를 들고 나왔기에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나았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뒤늦게 야당 대표가 나서 민생을 살리는 선의의 경쟁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뒤에서는 야당 요구 안 들어주면 법안과 예산 통과는 없다고 몽니를 부렸다. 불통 정치에 매달려 야당을 제대로 보듬지 못하는 여당 역시 난형난제다. 그러고도 무슨 일만 터지면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전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몰아세운다. 언제 그들이 국민을 똘똘 뭉치게 했던 적이 있기나 했나.

더욱 심한 건 밥그릇 챙기기다.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말씀하셨다. 세상의 밥이 되어야 한다고. 그런데 그러기는커녕 잿밥에 눈이 멀어 빼앗는 데 혈안이다. 국감철만 되면 의원들은 대목을 맞는다. 너도나도 자서전을 펴내 출판회가 성황을 이룬다. 올해만도 국감 직전 무려 14차례나 열렸다. 이른바 공인 정치헌금 받기 행사다. 여기서 밉보였다간 호통국감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민생은 제쳐둔 채 이익만 챙기고 서로 피를 보며 무릎 꿇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건 야만의 정치다.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때 모처럼 명언을 남겼다. 석기시대가 끝난 까닭은 돌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청동기라는 신기술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이제 석기시대에 종언을 고할 정치 신기술이 나와야 한다. 그건 바로 민생이 밥이라는 의식의 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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