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신문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우선 끊임없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어야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신문은 매일 기사를 만들어내야 하고, 대학은 연구 성과물을 양산해내야만 한다. 새로운 것을 생산해 내지 못하면 곧바로 정보와 지식시장에서 도태되고 만다. 둘째, 사람이 유일한 자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유능한 기자가 경쟁력 있는 신문사를 만들고, 뛰어난 교수와 창의적인 학생이 일류대학을 만든다. 셋째, 항상 '대중적'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신문은 매일 독자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대학은 연구와 교육을 통해 학교 안팎의 평가를 받는다. 또한, 최근 들어 둘 다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신문은 포털사이트와 다양한 정보매체가 등장하면서 수익률과 열독률이 떨어졌다. 대학도 2018년을 기점으로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들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본 주요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이 최근 유명강사를 초청해 '지(知)의 도전- 책과 신문의 대학'이라는 이색적인 강좌를 개설해 눈길을 끈다. 재일동포 출신으로 도쿄대 교수를 지낸 강상중 박사는 강연에서 신문과 대학에 대해 '날것의 지(知)'를 생산하는 것이 신문이고, '말린 것의 지(知)'를 생산하는 것이 대학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신문과 대학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날것'만 너무 많이 먹으면 체하기 쉽고, '말린 것'에만 치중하면 '현대성'을 잃어버린다며 "이 두 기관이 균형을 잘 이루면 '종합적인 지(知)'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대학과 신문이 전략적 제휴를 맺어 현장의 생생한 정보와 이론을 접목한 '종합적인 지(知)'를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각자의 주특기를 살려 새로운 형태의 협력교육과정을 개발해 선보이는 방식이다. 학생들에게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경영 측면에서도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이러한 움직임에 가장 열심인 신문은 뉴욕타임스(NYT)이다. NYT는 페어리 디킨슨대학, 볼 스테이트 대학 등 여러 지역 대학과 손을 잡고 다양한 온라인 과정을 개설해 운영한다. NYT는 정치, 국제, 경제, 법률, 사회 등 방대한 신문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날것의 지(知)'를 대학에 제공한다. 기자들도 강의에 등장해 생생한 취재현장을 전한다.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기자의 정보를 퍼즐 맞추듯 잘 엮어 '말린 것의 지(知)'를 도출해 낸다. 학생 입장에서는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이론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생생한 정보를 함께 공부함으로써 '종합적'인 학습을 할 수 있다. 일전에 NYT를 방문했을 때 이 프로그램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던 기자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NYT는 뉴욕대학과 협력해 지역뉴스 웹사이트(The Local East Village)를 개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전직 NYT 베테랑 기자가 편집장을 맡고, 학생들은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의 지도아래 기사를 작성하는 식이다. NYT 입장에서는 기사작성에 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대학은 학문적 바탕에 기초해 학생들에게 실질적 취재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평소 우수한 학생들을 눈여겨 봐두었다가 졸업과 동시에 수습기자로 채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기부강좌'와 '제휴강좌' 형식으로 지역 대학들과 복수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기부강좌'는 신문사가 사회에 공헌한다는 목적으로 일정금액을 기부해 강좌를 운영하는 형식이다. 여기에다 뜻있는 기업이 함께하면, 신문사-기업-대학이 연계된 창의적 교육과정 개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제휴강좌'도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합작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베테랑 기자가 강의를 맡고, 강사료는 신문사 수입으로 가져가는 형태로 운영된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신문과 대학은 우리 사회의 '귀중한 지적 구슬'이다. 이를 잘 엮기만 하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종합적 지(知)'를 갖춘 창조적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한국도 신문사와 대학이 서로 손을 잡고, '날 지식'과 '말린 지식'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지식 창출의 시도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동서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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