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멘붕의 봉하마을행 /김갑수

'퇴행 시스템' 승리로 시대 열망 좌절 안겨, 반칙·특권 용납 않는 새 세상 아직도 꿈꿔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1-13 20:02:55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 밤이 지나 새벽이 찾아오면 봉하마을을 향해 출발한다. 퇴임 후 참 많은 사람이 그곳을 찾았다. 그의 편안해진 얼굴을 보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그 기간은 길지 못했다. 서거 후 엄청난 인파가 그곳을 향했다. 비장하고 상처받은 표정들이었다. 평생 '지는 쪽'에 서는 것이 더 익숙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리라. 기적 같은 선거 승리가 있었지만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었다. 모욕과 멸시와 음해로 지새야 했던 5년이었다. 대통령이 아니라 차라리 동네북이었다. 그 모든 과정이 자기 일처럼 아팠던 사람들이 봉하로 향하는 것이다. 

대선결과가 나온 날 밤 아내가 입술을 떨며 외치듯이 말했다. "우리 봉하마을 가자!" 그동안 우리 부부는 한 번도 그곳을 찾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마음속에 봉하가 있다고 여기던 터라 굳이 바쁜 짬을 낼 필요를 못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가보아야 한다. 무언가 생각을 정리해야만 한다. 언론에서 '노무현 정신의 유통기간은 끝났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렇게 된다는 말인가? 아내는 내과의사, 나는 문화 언저리의 사람이다. 정치와 직접적인 연이 닿은 적도 없고 공교롭게 둘 다 서울에서 자란 북한 피란민의 자손이다. 지역감정, 지역색이 어떤 건지 알 수도 느낄 수도 없다. 그런데 도대체 이 망연함, 봉하의 묘비 앞에 서서 크게 소리라도 질러보고 싶은 이 갑갑함은 왜일까. 

노령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새누리당 후보는 청년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민주당 후보를 이겼다. 사람들은 어떻게 말할까. 분노한 50대가 철없는 20, 30대를 응징했다고들 한다. 심지어 애국보수가 친노종북좌파를 물리쳤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노무현 프레임에 갇힌 문재인과 김대중 유산을 수용한 박근혜의 대결이었다는 진단도 있고, 중도 무당층의 경제적 불안감이 안정을 희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 후 한 달 동안 쏟아진 말, 말, 말들…. 그럼에도 무언가 크게 한 가지가 빠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 선거는 이긴 쪽이 선이 되는 스포츠 게임도, 인기와 흥행이 대세를 가르는 가요제전도 아니다. 승패를 넘어서는 더 큰 잣대가 이 거대한 국가행사에 깔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시대교체라는 과제를 의미한다. 놀랍게도 박근혜 후보까지 선거 슬로건으로 활용했던 시대교체라는 용어는 재야원로 원탁회의가 제창한 '2013년 체제론'에 출전을 두고 있을 것이다. 과연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1987년 체제를 극복할 시대교체의 토대가 마련되었는가. 보수대연합이라는 구도적 승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대교체의 절박성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변치 않는 역사의 법칙이 있다. 급격한 성장을 달성한 국가에서 그 성장을 주도한 세력의 지배력이 장기화, 고착화되면 반드시 쇠망의 길을 걷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사회세력은 교체되어야 하고, 계층의 유동성은 넓어져야 하고, 신진세대의 주도권이 확장되어야 한다. 변혁이 절실한 시대의 고비에도 이른바 '어르신' 또는 기득권 세력은 그 용틀임을 잠재우고자 기도한다. 외적의 공포를 과장하고 내부의 불안감을 조장하여 현실 안주 심리를 불러일으킨다. 기득권 영속화, 오로지 그것이다. 과연 한국의 유권자들은 세계경제질서의 대변혁기, 자본주의 재구성에 돌입한 이 시점에 어떤 선택을 한 것인가. 

봉하마을에는 한 시대의 막내가 잠들어 있다. 새 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었으나 구시대의 막내가 되고 말았다는 탄식이 함께 묻혀 있다. 그를 영원히 잠들게 했던 퇴행의 시스템은 다시 한 번 승리를 구가했고 새 시대의 열망은 산산이 흩어져 자조의 나날을 보낸다. 머지않아 그 상당수는 봉하의 곁을 떠날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잘못 생각한 것인지 몰라'라고 하는 청산파, '안 되는 놈은 영영 안 되는 거야'라고 하는 포기파 또는 숙명론자…. 생전에 한 번도 실물을 보지 못했으나 마치 집안 형님 같은 친근감을 주는 그 '못나고 못난' 대통령은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실까. 몇 시간 후면 그의 묘석 앞에 선다. 지지자라면 누구나 말한다. 당신이 다 옳았던 것은 아니라고. 그럼에도 수많은 우리가 당신을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당신이 새로운 세상을 꿈꾼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지 않는 세상, 정의로운 세상 말이다.

시인·문화평론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채무조정 합의…경영 정상화 기대
  2. 2[사설] 부산항운노조 취업비리로 또 대대적 수사 받는다니
  3. 3낙동강하구 방문 부산시의원들 “람사르 습지 등록 필요성 절감”
  4. 4부산 민주당 “내년 총선 과반 얻겠다”
  5. 5여성취업교육장 옆 키스방…“기가 막혀”
  6. 6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53> 이진숙 소설가의 장편소설 ‘700년 전 약속’
  7. 7개방형으로 확 바뀐 부산시의회 의장실
  8. 8영진위, 21일 지원사업 설명회
  9. 9기장 해수담수 전량 공업용수로 공급
  10. 10[부동산 깊게보기] 9억 원 초과 주택 최대 80% 공제
  1. 1"김정은, 25일 베트남 도착…베트남 주석과 회담"
  2. 2문대통령,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기자 문병
  3. 3부산 민주당 “내년 총선 과반(국회의원 18석 중 9석) 얻겠다”
  4. 4개방형으로 확 바뀐 부산시의회 의장실
  5. 5여야, 2월 국회 ‘동상이몽’…정상화 의지 밝혔지만 험로
  6. 6트럼프·김정은, 합의문에 비핵화·종전선언 명기할까
  7. 7김정은 25일 하노이 도착…베트남 주석 만난다
  8. 8황교안 “당내 통합” 오세훈 “중도 확장” 김진태 “선명 우파”
  9. 9김정은 베트남 방문 때 삼성전자 공장 방문하나
  10. 10“https 차단정책 반대”…국민청원 20만 명 넘어
  1. 1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채무조정 합의…경영 정상화 기대
  2. 2 9억 원 초과 주택 최대 80% 공제
  3. 3“아시아 금융허브 평가…오사카는 상승세, 부산은 하락세”
  4. 4“5G 시장 선점” 모바일 올림픽(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열린다
  5. 5 의료관광벨트- 한류·K-뷰티와 시너지
  6. 6민간 창업보육공간 적극 유치…시 ‘창업도시 부산’ 비전 선포
  7. 7온천천이 바로 앞, 금정산도 한눈에…부산 최고 학군까지 품어
  8. 8방사선 부적합 제품들 원안위가 실명 밝힌다
  9. 9부산관광공사, 뉴미디어팀 신설 포함 조직 개편
  10. 10관광전문가·시민, 동남권 관문공항 필요성 논의한다
  1. 1새벽 조업 중 실종됐던 60대 해녀, 4시간 만에 극적 구조
  2. 245억대 재산 상속 다투다 흉기로 친형 살해한 20대 구속
  3. 3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이슈에도 불구하고 신규 수주 선박
  4. 4택시 들이받고 뺑소니 40대 여성 차량에 파지 줍던 70대 여성 받혀 숨져
  5. 5부산서 50대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숨져
  6. 6남구 대연동 12층 건물 화재…150여 명 대피 소동
  7. 7수색선박 사고해역 도착, 스텔라데이지호 수색작업 시작
  8. 8대법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재정지원 57억 감액은 적법"
  9. 9'손석희 19시간 조사' 경찰 수사속도…"프리랜서 기자 곧 소환"
  10. 10'버닝썬' 이어 강남 클럽 '아레나'에서도 마약 거래,투약
  1. 13R에서 발톱 드러낸 우즈, 첫 4개 홀 버디-이글-버디-버디
  2. 2고진영, LPGA 호주여자오픈 준우승…2타 차로 2연패 좌절
  3. 3부산시민자전거대회 18일부터 참가 접수
  4. 4이상호, 평창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동메달 획득
  5. 5롯데자이언츠 시즌권 판매 시작...주중시즌티켓 첫선
  6. 6'이상호 슬로프'서 월드컵 동메달 이상호 "부담감 떨쳐냈다"
  7. 7부산 시민자전거대회, 18일부터 참가접수
  8. 8랜드리 34점 폭발…kt 4연패 늪 탈출
  9. 9자이언츠 주중 시즌티켓 나와
  10. 10kt 자유투 흔들리니, 6강 안착도 불안하다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보행도시, 생태적 지혜와 철학 위에서 구현을 /류경희
미래 수산식품산업을 생각하며 /남택정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양’을 갖춘 사회를 바란다 /신심범
깨지지 않은 ‘서부산 징크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반려동물’ 수난 시대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中企를 위한 금융은 없다? /정유선
김복동을 잊지 말자 /이병욱
도청도설 [전체보기]
‘홍역’ 치르는 홍역
로저스의 방북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그타르트
진화하는 통영 꿀빵
사설 [전체보기]
산업용수로 돌파구 찾은 기장 해수담수화 사업
부산 금융중심지 10년…구체적 육성책 필요한 때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되살아나는 박근혜의 그림자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전쟁
포도의 변신은 무죄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