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해가 밝았다. 저무는 2012년 끝자락의 어둠은 지평선을 뚫고 마침내 떠오른 장엄한 태양의 빛에 맥을 못 추며 사라졌고, 이내 눈부신 새로운 천하가 펼쳐졌다. 신년 첫 해돋이를 보려고 전국 방방곡곡의 명소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저마다의 소원을 가슴속 깊이 품고 그 장관을 목도하고자 어두운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이렇듯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바람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과거가 어떠했든 간에 이를 과감히 묻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더 통쾌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새해는 좋은 것이다. 새로운 마음을 먹을 수 있고, 굳은 각오를 다질 수 있고, 또 멋진 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 말이다. 필자도 이른 새벽 해운대 해돋이를 바라보면서 우리 사회에 대한 염원을 머릿속에 담아 보았다.
먼저 새해에는 우리 사회가 화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그간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엄청난 갈등을 겪어 왔다.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지수는 OECD 27개국 중 4위를 차지하고 있고, 갈등으로 인한 비용이 연간 30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마음들이 팍팍하다. 여유가 없다. 그러니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주장을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 좀 더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 보자. 서로가 한 발짝씩 물러서면 좋겠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말이다.
새해에는 남북통일의 과정이 시작되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고는 하나 통일 없는 성장은 결국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한민족 융성의 완성은 오직 통일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좁은 국내적 시각으로 티격태격하며 남북관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국제적인 관점에서 통일 한국을 생각해야 할 때인 것이다. 지금과 같은 남남갈등적 대립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축소시킬 따름이다. 19세기에 경험했던 처절했던 대한제국의 아픔을 또 한 번 겪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제 정권에 따라 온냉탕으로 오가는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지속될 수 있는 대북정책이 가다듬어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 청년들이 기를 펼 수 있으면 좋겠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자리가 없어 좌절하는 젊은이가 없어야 하겠다. 졸업이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하겠다. 일자리 창출은 정치권의 구호만으로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어야 한다. 청년이 기가 죽으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 우리 청년들의 펄펄 끓는 에너지가 하늘을 찌르면 좋겠다.
새해에는 마음도 생각도 행동도 깨끗해지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그저 선량하게 살면 복을 받고 행복해지는 사회를 염원한다. 힘이 없다고 돈이 없다고 괄시당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겠다. 소외된 사람을 잘 보살필 수 있는 따뜻함이 넘치는 사회, 기득권에 속해 있지 않더라도 배척당하지 않는 포용의 사회가 실현되면 좋겠다.
새해에는 우리 고장 부산이 세상의 주목을 끄는 곳이 되면 좋겠다. 부산에서 만들어지는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정보가 전국을 향하여 발신되어 화제만발의 도시가 되면 좋겠다. 부산은 천혜의 자연을 갖추고 있고 하늘·바다·육지 또한 사통팔달이다. 거대한 태평양과 아시아의 심장 동북아대륙, 그리고 멀리 유럽까지 아우르는 연결고리가 바로 부산인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생각만 잘하고 실행력만 있으면 세계 중심이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참으로 귀한 곳이다. 전 국민이 부산에 가서 살겠다고 아우성치며 이삿짐을 꾸리는 진풍경이 일어나면 좋겠다.
간절히 소망하고 희망을 가지면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 세상은 살만한 것이다. 물론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망을 가슴에 품고 한결같은 뜻을 모을 수 있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사회를 향한 해 돋음은 찬란하게 펼쳐질 것이다. 우리 모두 새해에 희망을 걸어보자. 매일 뜨는 해가 아닌, 뭔가 다르게 느껴지는 신년의 신비스러운 태양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동서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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