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투표일을 일주일 앞두고 국가정보원의 선거 불법 개입이란 대형 의혹이 불거졌다. 국정원 직원이 포털 사이트와 정치 관련 홈페이지에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무차별적으로 올린다는 게 민주통합당의 주장이다. 반면 국정원은 이는 사실무근으로 민주당의 흑색선전이라고 맞섰다. 현재로선 진위를 단정할 수 없는 만큼 검찰이나 경찰이 나서 의혹을 규명해야 하겠다.

그제 밤 민주당 관계자와 경찰, 선관위 직원들이 국정원 여성 직원 김모 씨의 거주지인 서울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을 찾아갔다. 김 씨는 노트북 아이피 열람과 하드디스크 복제 등 관련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관할 경찰서의 인적 사항 확인 요구도 거부했다고 한다. 김 씨는 애초엔 국정원 직원임을 부인했지만 국정원은 나중에 직원이라고 확인했다. 해당 직원이 비방 댓글을 실제로 올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문을 걸어잠근 채 접촉을 거부한 것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민주당 측은 제보를 통해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알게 됐다지만 지금으로선 의혹 제기 수준이다. 하지만 사실로 밝혀진다면 심각한 국기문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시절 국정원이 불법 정치 개입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 않았는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 여당의원 측이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했던 '디도스 사건'의 기억이 생생한 마당이다. 민주당 측은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국정원이 70여 명의 악성댓글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파장이 엄청난 사건인 만큼 검경이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즉각 해당 직원의 아이피를 추적하고 컴퓨터 파일을 조사해야 한다. 국정원이 정말 결백하다면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수사에 적극 협조할 일이다. 만약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민주당 역시 엄중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은 정치 공방이나 주고받다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