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대선을 앞두고 졸속 퍼주기 입법의 대표적 사례로 논란이 된 택시의 대중교통화 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된 것은 유감이다. 특히 이 법안에 반발한 버스업계가 무기한 운행중단을 결의한 마당에 아무런 절충 노력 없이 강행처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지난 17, 18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가 무산된 법안을 대선 코앞에 다시 상정한 것은 30여 만 택시업계 종사자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입법이라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택시가 대중교통 수단으로서 요건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다며 반대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서민들의 입장에서도 평소 이용하기가 부담스러운 택시의 대중교통 편입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이 법안의 국회 상정에는 한계에 달한 택시업계의 절박한 경영난이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차량의 과잉공급과 비싼 유가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업계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택시의 대중교통화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연간 7900억 원 규모의 유가보조금과 부가가치세를 지원하는 마당에 정부와 자자체가 경영손실에 대해 추가로 재정지원할 수도 있는 법안을 누가 수긍하겠는가.

국회는 이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미루고 대선 이후에 재논의하는 게 맞다. 결국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갈 택시의 대중교통 인정을 제대로된 공청회 한 번 없이 밀어붙여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와 업계,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 해법을 모색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무분별한 증차가 택시업계 경영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감차정책, 연료의 다변화와 각종 세제지원 등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법안의 저지를 위해 운행중단이라는 극한 수단을 동원한 버스업계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혈세를 지원 받는 대중교통이 서민의 발을 묶는 일은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