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친인척 및 측근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억대 수수 혐의로 구속된 지 14일 만이다. 이 정권 들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유감을 표시한 것만 여섯 차례에 이른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도덕은 심각할 정도로 해이됐고, 비리는 만연했다. 권력 최상부에 포진한 대통령 핵심 보좌진과 친형이 검은 거래를 밥먹듯 해왔다. 이번 사과문 발표로 현 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앞날이 염려스럽다.

이 대통령은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실망을 금치 못할 일들이 일어나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를 자신의 불찰로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위해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쉬지 않고 일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민심이 얼마나 현 정권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절감했을 것이기에 대통령이 고개 숙여 사과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날 사과문에서 진정성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우선 솔직한 반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통령 주변으로 책임을 돌린 부분이 그렇다. 대통령만 독야청청을 외친다고 한들 이를 믿어줄 국민은 없을 것이다. 비리에 물든 보좌진을 방치한 일 역시 그렇다. '인사가 만사'라고 굳게 믿은 전임 대통령조차 결국 주변 비리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했다면, 이를 고치기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액션플랜이 있어야 했지만 대통령의 사과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다'식의 두루뭉술한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정권 말기 권력 누수를 최대한 막고,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성역 없는 수사는 물론 권력형 비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등 분명한 조치를 약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