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납품 비리로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 수상한 일이 또 드러났다. 고리원자력발전소 민간환경감시기구 위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업체의 납품 계약 건수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것이다. 전자상거래 시스템으로 낙찰업체를 정한다지만 계약 건수가 상식적으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늘어났으니 의심의 눈초리를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김수근 현 부산시의원은 2006년 7월 기장군의원에 당선된 이후 고리원전의 민간감시기구 위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한수원의 낙찰공고를 분석한 결과 그가 군의원으로 활동하던 2010년 6월까지 4년간 그의 아내가 대표로 있는 업체가 따낸 계약은 76건, 20여 억 원에 이르렀다. 나아가 그가 시의원에 당선된 2010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의 계약 건수는 103건 30억 원으로 폭증했다고 한다. 수의계약을 합쳐 모두 176건 50억 원이나 된다. 그가 위원이 되기 전인 2002년 1월~2006년 6월까지 따낸 계약은 단 1건에 그쳤다.

전자입찰제를 운영하므로 비리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게 한수원의 주장이다. 그렇지만 1 대 176건이라니 담합이 아니라면 도무지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 아닌가. 원전 민간감시기구는 원전 주변지역 환경 및 방사선 안전성 평가·공표, 방사선 안전과 관련한 정책 건의 등을 맡는다. 원전 측이 위원들에게 입막음용 특혜를 주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을 살 만하다. 고리원전은 다른 민간위원과의 거래내역도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애초부터 직간접적으로 거래관계에 있는 이들은 위원에 위촉해선 안 되는 일이 아닌가.

원전납품 비리 수사가 한수원 본사로까지 확대된 마당이다. 업자-사업소-본사 고위간부로 이어진 먹이사슬이 드러나면서 한수원 전체에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전자입찰을 가장한 특혜 낙찰까지 성행했다면 한수원은 뿌리부터 썩어 있었던 셈이다. 검찰은 이참에 입찰 비리 여부도 샅샅이 캐내야 한다. 한수원을 환골탈태시킬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