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19대 김기섭 총장이 지난 9일 취임했다. 김 총장은 부산대 총장 재선거란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흩어진 학내 민심을 추스리기 위해서인 듯 '소통으로 하나되는 부산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를 반영한 듯 총장 취임식으로는 이례적인 행사들이 많았다. 의례적인 축사를 없애는 대신 부산대 출신 각계 인사들의 축하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상영했고 교수, 학생, 동문 40여 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축가를 부르는 등 특별 이벤트가 즐비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취임식을 지켜본 기자는 무엇이 '소통'을 강조한 것인지 느낄 수 없었다. 이미 학교에서 '파격적인 총장 취임식'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호들갑 떨며 홍보했던 탓에 '예전과는 다르겠지'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최근 기부자인 송금조 회장 관련 소송, 부산대 총장 재선거 등 초유의 사태들을 겪으면서 지역 거점대학으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된 만큼 학내 구성원과 통합을 강조한, 뭔가가 있을 것이란 기대였던 것 같다.

물론 이날 김 총장은 송 회장 내외에게 사과의 뜻을 표명해 이전 총장과 다른 입장을 보였고, 총학생회 회장단과도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10여 분에 걸친 총장 취임사 서두에 한마디 걸쳐진 사과, 총학생회장과 사진 한 장 찍는 것으로 끝난 꽃다발 증정식만으로 학내 구성원을 보듬고 통합하겠다는 행사 취지를 느끼기엔 부족했다.

특히 이날 총장 취임식이 열리기 전 부산대 총학생회는 등록금심의위원회 재개최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준비했었다. 총학은 등록금 인하에 따른 복지혜택 축소 등을 우려해 등심위 재개최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본부가 이를 거부하고 있어 아예 피켓을 들고 나섰다고 했다. 대학 관계자가 김 총장 일행이 도착하기 전 집요하게 설득한 끝에 피켓시위는 접었지만, 이 장면은 현재 부산대가 처해 있는 현실을 반영한 듯했다.

김 총장에게 필요한 것은 행사에 참석한 교직원들에게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겠다며 강조한 취임식 보다,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과 손 잡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해결하려는 자세가 진정한 '소통'의 첫걸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