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을 사측이 받아들임으로써 꼬여 가던 사태가 풀릴 계기가 마련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정리해고자들을 1년 이내에 재고용하고 생계비를 지급한다는 이번 안은 노사 양측의 입장을 비교적 잘 절충했다고 본다.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계속 찾아오는 상황에서 노사는 이를 기초로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을 타결해야 하겠다.

'사측은 정리해고자 94명을 1년 이내에 재고용하고 그 사이엔 2000만 원 한도 내에서 생계비를 지급한다'는 게 국회 권고안의 골자다. 한진중 조남호 회장도 고공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씨가 내려오는 조건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정리해고의 즉각 철회를 요구해 온 노조로선 이 안이 썩 만족스럽지 않을지 모르지만 협상에서 전부를 얻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이 정도면 사측도 양보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국회가 모처럼 제 몫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정리해고자들을 대신해 사측과 협상하고 있는 금속노조도 "노사가 교섭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해고자들과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성 중인 김진숙 씨도 "사측이 권고안을 받아들인 것은 한 발자국 진전한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금속노조는 이 권고안을 토대로 사측과 적극적인 협상을 벌여야 하겠다. 회사가 정리해고자의 복직을 약속한 마당이므로 작은 차이를 두고 지나치게 강경한 자세를 보여선 곤란하다. 사측도 권고안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신뢰를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한진중 사태가 오래 끌수록 사측도, 노측도 피해를 입게 된다. 희망버스가 다섯 차례나 부산을 방문한 터에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는 것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김진숙 씨가 정상적인 생활로 빨리 복귀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협상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의견 차이는 서로 대승적으로 양보하면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겠다. 모처럼 켜진 불씨를 꺼트려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