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희망버스가 일부 충돌에도 불구하고 큰 불상사 없이 끝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참가자들이 비교적 평화적으로 집회를 열기도 했지만 부산 시민들이 자제력을 보인 것도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로써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김진숙 씨는 여전히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농성 중이고 사태 해결을 위한 수습책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1·2차 때와는 달리 가두 행진을 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한진중공업 주위로 모였다. 약속대로 조선소 쪽으로 행진을 시도하지 않았다. 집회도 노래 공연과 자유발언으로 이뤄진 문화제 형식으로 치렀다. 진입 반대에 나선 시민들도 과잉 행동은 삼갔다. 다만 어버이연합 등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과 희망버스 참가자 사이에 몸싸움이 빚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경찰도 비교적 잘 대처했지만 영도 출입을 원천봉쇄해 시민에게 불편을 준 대목은 아쉽다.

이번에 큰 탈이 없었던 건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그러나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4차 희망버스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 한나라당이 김진숙 씨 등 5명의 크레인 퇴거를 전제로 청문회를 열자고 야당에 제안했지만 이는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야당이 김 씨더러 내려오라고 한다 해서 내려올 것도 아니다. 여야는 김 씨의 퇴거와는 별개로 즉각 청문회를 열어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게 마땅하다. 정부 여당이 '노사 간 해결' 원칙만을 구두선처럼 외는 와중에 한진중 사건이 정국의 태풍으로 떠올랐지 않았는가.

46일째 해외에 체류 중인 조남호 회장이 귀국해 수습안을 제시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국회도 청문회를 열어 조 회장을 상대로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정말 불가피했는지를 따져 묻고 해결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 정부 역시 이번 사태가 단일 사업장 차원를 넘어 보-혁 갈등이란 폭탄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되어 가고 있음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서로들 미루며 눈치만 보고 있다간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됨을 직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