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대로 '3차 희망버스'가 오늘 부산에 온다고 한다. 영도구민들이 진입을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자칫 불상사라도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찰도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힌 마당이라 더욱 걱정이 크다. 일이 이렇게 꼬인 것은 일차적으로 한진중공업 측의 소극적인 태도와 정부의 방관에 책임이 있다. 그러나 희망버스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전국이 물난리를 겪은 마당이다. 영도 역시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런 판국에 희망버스 참가자와 경찰 간에 격렬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주민들과의 충돌까지 빚는다면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번 참가자 숫자가 가장 많을 것이라는 희망버스 주최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영도는 물론 도심 곳곳이 마비될 게 명약관화하다. 참가자들은 주민들과 충돌을 빚는다면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을 지원하겠다는 애초 의도와는 달리 역풍을 불러 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그러나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계속 찾아오는 것은 사측과 정부의 대응이 미지근한 데 원인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한진중공업 사장이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씨와 대화를 시도했다고는 하지만 내려오라는 소리만 구두선처럼 외어선 해결 방안이 나오기 어렵다. 설득을 하든, 대안을 내놓든 결국은 조남호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사태가 이쯤 되면 타협책을 마련해 노사 양측의 중재에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국회도 변죽만 울릴 게 아니라 조속히 청문회를 열어야 하겠다.

다시 강조하건대 폭력적·물리적 충돌이 빚어져선 안 된다. 참가자들은 지역사회에 부담을 주는 과격 행동은 말아야 한다. 적절한 수준에서 의사표시를 했으면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하겠다. 경찰도 질서 유지를 위한 공권력은 발동하더라도 강경 진압을 앞세워선 안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시위를 부추기거나 해고 노동자들을 분노시키는 언행 역시 삼갈 때다. 고래싸움에 등 터진 새우가 된 부산시민들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