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이다. 엊그제 각계 인사들이 시국선언을 통해 양보와 타협을 촉구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여전히 크레인에서 시위 중이다. 이번 주말에는 김 위원을 격려하는 '3차 희망버스'가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조선소 인근 주민들도 노동계의 집회에 더는 참지 못하겠다며 반대 시위에 나섰다. 양측의 잦은 충돌도 예사롭지 않다. 이대로 가다간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

파국을 면하려면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나서는 게 순리다. 이번 사태가 정리해고로 촉발된 노사문제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사태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는 바람에 한진중공업 울타리 안에서 해결하기엔 사안이 너무 커졌다. 더구나 사태 해결을 위해 손에 물을 묻히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다. 노사문제는 노사가 알아서 한다는 원칙만 고수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때를 놓치지 말고 지금 나서야 불을 끌 수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 대해 조 회장은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노사문제를 책임지고 다루는 대표이사 사장이 있지만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는 오너인 회장이 나서는 게 옳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주요 현안이 생기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조 회장이 떳떳하게 할 말을 하면서 사태를 슬기롭게 수습하는 게 회장으로서 바람직한 처신이라 하겠다. 잠시도 걱정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부산 시민에게도 미안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사태를 끌면 끌수록 멍드는 건 부산 시민이다. 자칫 노동계와 주민들이 충돌이라도 하는 날에는 정국을 강타할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정부도 더는 뒷짐을 지지 말고 적극 나설 일이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할 것도 없다. 조 회장이 나서서 대타협을 이룰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 경찰의 최루액만 믿다간 큰코다치는 수가 있다. 자칫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